5차례 대면한 양국 정상 ‘케미’ 빛났다
바이든, 윤 대통령 취향 세밀하게 배려
국빈 만찬 윤 ‘깜짝 공연’에 어깨동무
복잡다단한 외교 관계를 풀어가는 데에는 정상 간의 인간적 신뢰도 큰 몫을 차지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 국빈 방미 기간 동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5차례 얼굴을 맞대며 끈끈한 유대 관계를 쌓은 것도 적잖은 성과로 평가된다.
양 정상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간) 백악관 관저 초청과 한국전쟁 참전 기념비 방문, 다음 날인 26일에는 공식 환영식과 정상회담, 국빈 만찬 등 일정을 함께 했다. 바이든 대통령 부부는 25일 늦은 오후 백악관 관저에 윤 대통령 부부를 초청, 첫 동반 일정을 가졌다. 바이든 대통령이 평소 제로 콜라를 즐기는 윤 대통령 취향을 미리 파악해 이를 권하는 등 세심하게 배려했다. 한·미 정상 부부는 이어 한국전쟁 참전 기념비에도 함께 방문하는 등 총 1시간 30분 동안 친교 행사를 가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26일에도 상당 시간을 윤 대통령에게 할애했다. 백악관 남쪽 잔디마당인 사우스론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을 앞두고 바이든 대통령 부부는 미리 나와 윤 대통령 부부를 기다렸다. 두 정상은 만날 때마다 환하게 웃으며 포옹하거나 등을 두드리는 등 가벼운 스킨십으로 친밀함을 과시했다. 공식 환영식 이후 열린 한·미 정상회담은 두 정상 간 좁혀진 거리를 느끼게 했다.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소인수 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윤 대통령을 “나의 친구”로 호칭하기도 했다. 회담은 확대회담까지 약 80분에 걸쳐 이뤄졌다.
두 정상 간 ‘절친 케미’의 백미는 같은 날 오후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만찬이었다. 국빈만찬 말미에 앙코르곡으로 윤 대통령의 애창곡인 돈 맥클린의 ‘아메리칸 파이’가 흘러나오자, 바이든 대통령은 윤 대통령에게 노래를 청했다. 윤 대통령은 약 1분에 걸쳐 ‘깜짝 공연’을 하자 뒤에 서 있던 바이든 대통령은 주먹을 불끈 쥐고 환호하며 어깨동무를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8년 미 대통령 휴양지인 캠프 데이비드로 초청돼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골프 카트를 같이 타는 모습,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3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백악관 로즈가든을 단 둘이서 산책하는 모습 이상의 친밀도가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백악관 측은 윤 대통령이 아메리칸 파이를 좋아하는 것을 파악하고, 백악관 소속 해병대 밴드에게 미리 반주를 준비시켜 뒀다. 바이든 대통령은 맥클린 친필 사인이 담긴 기타를 선물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야구를 좋아하는 윤 대통령에게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필라델피아 필리스 로고가 박혀있는 빈티지 야구 수집품을 선물하기도 했다.
방미 기간 양국 영부인 간 우정도 눈에 띄었다. 김건희 여사와 바이든 여사는 지난해 5월 한·미 정상회담, 지난해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배우자 프로그램에 이어 이번에 세 번째로 만났다. 두 사람은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던 시간에 워싱턴DC, 국립미술관에서 추상표현주의의 거장 마크 로스코 작품 등을 감상했다. 김 여사가 2015년 코바나콘텐츠 대표 시절 국립미술관이 소장한 로스코 작품 50점을 한국에 들여와 전시회를 열었던 점을 고려해 바이든 여사가 준비한 일정이다. 이후 바이든 여사는 자신의 트위터에 관련 사진과 함께 “내 친구 김 여사와 로스코전을 관람했다”는 글을 올렸다. 바이든 여사는 김 여사에게 한국계 미국인이 디자인한 파란 사파이어 3개가 박힌 목걸이를 선물했다. 사파이어는 김 여사의 생일인 9월 탄생석이다. 윤 대통령 부부는 달항아리와 보석으로 장식된 족두리, 주전자와 컵으로 구성된 은자리끼 등을 선물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