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허문영 BIFF 집행위원장 “올해 영화제까진 버티려 했다… 전 이미 떠난 사람”
사의 표명에 대해 “버티다 내린 결정”
‘공동 위원장’ 체제 전환 결정적인 듯
부산국제영화제(BIFF) 허문영 집행위원장. 부산일보DB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을 5개월 앞두고 사의를 밝힌 허문영 BIFF 집행위원장이 “어떻게든 버티다가 이런 결정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지난 9일 임시총회에서 BIFF가 ‘공동 위원장’ 체제로 전환된 게 결정적인 요인인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쌓여온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암시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12일 허문영 BIFF 집행위원장은 “어떻게든 올해 영화제까지만이라도 치르고 그만두겠다는 생각으로 버텼다”며 “결국 이런 결정을 하게 된 것에 대해 영화제 스태프와 많은 분들에게 송구스럽고 죄송한 마음을 벗어나기 힘들다”고 밝혔다.
허 위원장이 ‘어떻게든 버티다가 사의를 밝혔다’며 에둘러 속내를 드러낸 건 의미심장하다. 그동안 내부적으로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암시하기 때문이다. BIFF에 따르면 허 위원장은 지난 11일 영화제 측에 사의를 표명했다.
다만 12일에도 그는 사의를 표명한 이유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허 위원장은 “저는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떠나게 됐다”며 “그런 사람은 입을 닫는 게 맞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부디 양해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허문영 집행위원장과 하디 모하게흐 감독이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작 ‘바람의 향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허 위원장은 입을 닫았지만, 사의를 표명한 건 결국 BIFF가 ‘공동 위원장’ 체제로 전환된 게 결정적인 것으로 추정된다. BIFF는 지난 9일 임시총회를 열어 조종국 영화진흥위원회 전 사무국장을 신임 운영위원장으로 위촉했다. 당시 ‘공동 집행위원장 선임’ 여부를 안건으로 상정했지만, 논의 결과 운영위원장으로 명칭을 변경하기로 했다.
허 위원장은 지난 9일 임시총회가 시작되기 전 “결과를 보겠다”며 말을 아꼈다. 당시 그는 “(공동 위원장 선임에 대해) 임시총회를 앞두고 말씀드리는 건 별로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며 “궁금한 게 있으면 이사장님과 통화를 해보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허문영 부산국제영화제(BIFF) 집행위원장. 김종진 기자 kjj1761@
영화계에서 공동 위원장 체제 전환은 허 위원장 힘을 빼고, BIFF 이용관 이사장이 내부 장악력을 키우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사장 측근으로 꼽히는 조 신임 운영위원장에게 영화제 행정뿐 아니라 예산 관리 권한 등이 이전되기 때문이다. 공동 위원장 체제는 2015년 ‘이용관·강수연’처럼 위기 상황 이후로는 전례가 없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 이사장은 “조직이 커진 영화제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결정으로 허 위원장과도 논의를 마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BIFF 내외부에서는 허 위원장이 공동 위원장 체제 전환 이전부터 업무적으로 힘들어했다는 말도 나온다. 그가 ‘어떻게든 버텼다’고 언급했듯 예전부터 쌓인 문제가 이번 인사를 계기로 곪아 터졌다는 것이다. 허 위원장은 2021년부터 영화제를 잘 이끌어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영화계에서는 올해 개막을 5개월 앞둔 BIFF가 정상적으로 운영되려면 허 위원장이 돌아와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아직 사표가 수리되지 않은 만큼 영화제를 다시 이끌 수 있도록 설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대해 허 위원장은 “생각해 주는 마음은 고맙지만 저는 이미 떠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