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굴, ‘제철’ 지나도 사계절 소비자 입맛 잡는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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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물 처리저장시설 오늘 문 열어
냉동·냉장 자동화로 신선도 등 유지
최적 온도 보관·상품 혼적 방지 기능
생굴 소비시장 다각화·활용도 높여

굴수협 수산물 처리저장 시설은 하루 19.2t을 냉동 처리해 최대 9247t까지 냉장 상태로 저장할 수 있다. 굴수협 제공 굴수협 수산물 처리저장 시설은 하루 19.2t을 냉동 처리해 최대 9247t까지 냉장 상태로 저장할 수 있다. 굴수협 제공

국내 최대 생굴 산지인 경남 통영에 굴 산업의 유통 혁신을 이끌 선진화 시설이 문을 연다. 물류 환경 개선은 물론, 고차가공품 개발을 통한 연관 산업 경쟁력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통영에 본소를 둔 굴수협(조합장 지홍태)은 26일 도산면 법송일반산업단지에서 ‘수산물 처리저장시설’ 준공식을 연다.

이 시설은 경남 앞바다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수산물을 빠르고 안전하게 처리·저장할 수 있는 공간이다. 연면적 4060㎡, 지상 4층 규모로 작년 2월 착공해 15개월 만에 완공했다. 사업비는 도·시비, 조합 부담금을 합쳐 총 170억 원이 투입됐다. 이 중 용지매입비 30억 원 등 86억 원을 조합이 충당했다. 굴수협 창립 이래 최대 규모 단일 사업이다.

시설에선 하루 19.2t을 냉동 처리해 최대 9247t까지 냉장 상태로 저장한다. 특히 냉동·냉장 자동화 시스템을 갖춰 초저온 동결, 보관 물품별 최적 온도 유지, 상품 혼적 방지 기능을 인공지능이 그때그때 알아서 수행한다.

경남권 굴 양식업계는 그동안 냉동 굴을 최적의 상태(냉동 영하 20도, 동결 영하 40도)로 보관할 저장시설이 부족해 부산 등 외지 창고에 위탁해 왔다. 이로 인한 물류·보관 수수료 부담에다, 보관 중인 굴이 다른 수산물과 혼재돼 품질이 떨어지는 문제도 빈번했다.

그러나 이 시설을 활용하면 일련의 부작용들을 해소할 수 있다. 수급 조절을 통한 가격 안정과 위생 안전성 제고, 냉동 굴 활용도를 높여 생굴 위주인 소비시장을 다각화하고 급변하는 시장 대응력도 높일 수 있다.

입지도 좋다. 법송산단 입구에 위치해 거제, 고성을 잇는 국도 14호선, 통영~대전 고속도로 접근성이 뛰어나다. 북통영나들목(IC)까진 단 2분이면 닿는다.

인접한 수산식품산업 거점단지와 연계 시너지도 기대된다. 거점단지는 원물 생산과 단순 가공에 머무르고 있는 지역 수산업의 성장 한계 극복과 미래 먹거리산업 육성을 위해 통영시가 추진하고 있다.

굴 냉동제품 생산현장. 굴수협 제공 굴 냉동제품 생산현장. 굴수협 제공

시에 따르면 지역 내 수산물 총생산량은 연간 25만t, 8000억 원 상당에 달한다. 특히 굴과 멸치, 붕장어, 멍게, 양식 활어 등 주요 수산물은 국내 유통량의 50~80% 이상을 책임지고 있다.

그러나 이 중 2~3차 가공을 거쳐 식품화하는 비율은 단 3.5%, 9500t에 불과하다. 이마저 단순 냉동품이 9240t으로 전체 생산량의 97.4%를 차지하고 있다. 제철 이미지가 강해 출하 시기가 특정 계절에 집중되는 문제점도 안고 있다.

전형적인 ‘저부가 자원의존형’ 산업이다. 반면 최근 소비자들은 조리하기 쉬운 다양하고 고급화된 간편식을 찾고 있다. 고차 가공을 통한 ‘고부가 기술 의존형’ 산업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굴수협 지홍태 조합장은 “신선 유통체계 확립과 새로운 소비 패러다임에 맞춘 가공제품 다양화를 위한 기반 시설로 지역 수산업 경쟁력 강화의 교두보가 될 것”이라며 “통영 수산물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해 어민 소득 증대와 삶의 질 향상 등에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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