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사장선 멍때리기 대회, 바다에선 해수욕… 해운대는 이미 여름
100명 ‘멍때린’ 이색 볼거리 등
주말 때 이른 피서객 몰려 ‘북적’
모처럼 맞은 황금연휴에 한낮 기온이 27도를 넘는 무더운 날씨가 일찍 찾아오면서 부산의 대표 관광지인 해운대해수욕장은 주말 방문객으로 붐볐다. 해운대해수욕장에서는 멍때리기 대회가 처음 열려 ‘때 이른 피서객’에게 이색 볼거리를 더했다.
지난 27일 오후 1시께 해운대구 해운대해수욕장. 본격적인 여름철이 시작되기 전인데도 해수욕장 백사장은 관광객으로 북적였다. 연휴를 맞아 가족과 함께 바닷가를 찾은 사람들은 들뜬 표정으로 백사장을 누볐다. 캐리어를 손에 쥔 외국인은 바다를 배경으로 연신 사진을 찍어댔다.
이날 낮 기온이 27.5도에 육박하는 등 무더운 날씨를 보이자 해수욕을 즐기는 시민의 모습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해운대해수욕장은 다음 달 1일 임시개장(부분개장)을 앞두고 있지만, 일부 시민은 직접 가지고 온 대형 튜브를 물에 띄우거나 비치발리볼 경기를 즐기면서 벌써 여름 분위기를 냈다.
햇볕이 점점 뜨거워지고 날씨가 더워지자 시원한 바닷물에 뛰어드는 시민도 많아졌다. 아이와 함께 바다를 찾은 가족 방문객은 어린이의 손을 잡고 바닷물에 발을 담그거나 모래성 쌓기 놀이를 하며 바다를 즐겼다. 친구와 함께 해운대해수욕장을 찾은 정수현(27·대구) 씨는 “아직 6월도 안 됐는데 날씨가 더워서인지 바다에 들어가는 사람이 많아 놀랐다”면서 “광안리해수욕장 인근에 숙소를 잡았다. 저녁에는 광안리로 넘어가 친구와 맛집에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날 해운대해수욕장 백사장에서는 처음으로 멍때리기 대회가 열렸다. 서울에서는 ‘한강 멍때리기 대회’로 잘 알려진 이 대회는 참가자가 아무 행동도 하지 않고 여유를 즐기는 이벤트다. 대회 참가자는 휴대전화 조작, 대화 등을 할 수 없고 심장박동 수를 일정하게 유지해야 한다. 필요할 경우 손에 든 카드를 이용해 생수, 부채질 등을 요청할 수 있다.
이날 대회에는 부산시 소통캐릭터 부기, 김성수 해운대구청장을 포함해 간호사, 어린이집 교사, 사육사, 패스트푸드점 직원 등 다양한 사연을 가진 참가자 100명(70개 팀)이 참여했다. 해운대구청은 사전·현장 접수를 거쳐 대회 참가자를 선발했다. 대회에 참가한 한 참가자는 “강원도 평창군에서 혼자 부산에 놀러왔다가 대회에 참가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신청했다”면서 “평소에도 주위에서 멍때리기를 잘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 만큼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주최 측은 2시간가량 대회를 진행한 뒤 심장박동 수 변화 그래프 확인, 시민 투표 등의 결과를 종합해 순위를 결정했다. 이날 대회에서는 "공부하기 싫어 참가했다"는 고등학생 최예준 군이 1위를 차지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