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범행 계획 가능성 커… 또래 여성 살해 20대 구속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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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도주 우려 높다”영장 발부
피의자, 범행 동기 등 진술 거부
집에서 가방·옷 챙겨 시신 유기
사건 은폐 치밀한 행적 드러나
경찰, 휴대전화 포렌식에 기대

지난 26일 피의자 A 씨가 여행용 가방을 끌고 자신의 집을 나서는 모습. 부산경찰청 제공 지난 26일 피의자 A 씨가 여행용 가방을 끌고 자신의 집을 나서는 모습. 부산경찰청 제공

부산에서 아르바이트 앱을 통해 처음 알게 된 또래의 여성을 살해하고 잔혹하게 시신을 훼손한 20대 여성(부산일보 5월 29일 자 3면 보도)에 대한 구속 영장이 발부됐다. 여전히 범행 동기에 대해선 구체적 진술을 거부하고 있지만, 살인 뒤 보여준 범행 은폐 시도 등 사전에 범행을 염두에 뒀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부산지법 목명균 판사는 29일 오후 살인·사체유기 혐의를 받는 20대 A 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열고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법원 관계자는 “A 씨의 도주 우려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6일 오후 5시 30분께 A 씨는 금정구에 거주하는 20대 여성 B 씨의 집에서 B 씨를 살해한 뒤 흉기로 시신을 훼손하고, 경남 양산 방면 인근 풀숲에 시신 일부를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는 검거 뒤 사흘이 지났지만 경찰의 고강도 수사에도 “우발적 범행”이었다고 주장한 것 외엔 특별한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 경찰은 프로파일러 등을 투입해 범행 동기를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지만, A 씨는 여전히 범행과 관련해 함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B 씨를 살해한 뒤에도 크게 동요하지 않고, 범행을 은폐하려고 시도했던 점으로 미뤄 경찰은 사전에 범행을 계획하거나, 최소한 범행을 염두에 두고 B 씨를 만났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A 씨는 범행을 저지른 후, 시신을 유기하기 위해 자신의 집까지 돌아가 여행용 가방을 챙겨오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범행을 숨기기 위한 도구 등을 준비하고, 옷까지 갈아입는 등 범행 은폐를 위해 나름대로 치밀한 행적을 보였다. 이후에도 시신을 훼손하는 것 역시 일반적인 여성 피의자라면 쉽지 않는 수준으로 진행됐다.

살인 뒤 A 씨가 보여준 행동들은 우발적인 범행 뒤 통상적으로 나오는 반응이 아닌 만큼, 사전에 범행을 준비했을 가능성도 있다. 경찰이 A 씨가 B 씨의 집에서 범행을 저지르고 나온 뒤의 동선을 추적한 결과, A 씨는 도주나 도움을 청하기보다 자신의 범행 흔적을 감추고 이를 준비하기 위해 치밀하게 움직였던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A 씨는 미디어 등을 통해 범죄 수법을 학습한 뒤 범행 은폐 시도를 했을 개연성이 높다는 추정도 나온다. A 씨가 B 씨와 말다툼을 벌이다 우발적으로 범죄를 저질렀다고 말한 것으로 미뤄 보면 A 씨 스스로 피해 망상에 빠져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A 씨가 범행 동기에 대해 계속 함구를 하더라도, 경찰은 이번주 내 A 씨 휴대전화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결과가 나오면 범행 배경이 어느 정도 드러날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휴대전화 속 통화기록, 인터넷 검색 기록 등에서 범행 관련 구체적인 동기에 대한 단서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A 씨가 조사에 상당히 비협조적인 것은 사실”이라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아직 구체적인 것을 밝힐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피해자 유족 측에 대한 심리·경제적 보호·지원에 나섰다. 현재 피해자 유족 측은 정신적인 고통이 심해 피해자 전담경찰관의 심리·경제적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전담경찰관은 정신적인 트라우마를 겪는 피해자 등과 면담하며 심리 회복을 돕는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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