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돌려차기’ 가해자 징역 35년 구형…‘강간살인미수’ 적용(종합)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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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여성 청바지 안쪽 3곳에서 DNA 검출
검찰 “청바지 벗기고 입히는 과정서 접촉”
‘실시간 서면 강간미수’ 검색엔 “그냥 궁금해서”
“뭐라해서 기분 나빴는데 환청이었던 것 같다”
재판 내내 의연하던 피해 여성 끝내 눈물
“제겐 목숨 달린 일…피해자 알권리 보장 필요”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피해 여성이 사건 당시 입고 있었던 청바지의 모습. 이 청바지의 안쪽 허리밴드와 허벅지 부위 등에서 가해 남성의 DNA가 검출됐다. 피해자 제공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피해 여성이 사건 당시 입고 있었던 청바지의 모습. 이 청바지의 안쪽 허리밴드와 허벅지 부위 등에서 가해 남성의 DNA가 검출됐다. 피해자 제공

부산 서면 한복판에서 귀가하다 30대 남성으로부터 무차별 폭행을 당한 ‘부산 돌려차기’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가해 남성에게 징역 35년의 중형을 구형했다. 피해 여성의 청바지 안쪽 부위에서 가해 남성의 DNA가 검출됐는데, 검찰은 혐의를 기존 살인미수에서 강간 살인미수로 변경했다.

부산고법 형사2-1부(부장판사 최환)는 31일 오후 일명 부산 돌려차기 사건에 대한 결심공판을 열었다. 검찰은 가해 남성 A 씨에게 징역 35년과 위치추적 장치부착·보호관찰명령 20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DNA 재감정을 통해 피해 여성 B 씨가 사건 당시 착용하고 있던 청바지 안쪽의 허리, 허벅지, 종아리 부분 등 청바지 안쪽에서만 3곳에서 가해자의 Y염색체 DNA형을 확인했다.

당초 경찰이 실시한 1차 DNA 감정에서는 속옷의 밴드 부분을 확인했으나 A 씨의 DNA가 나오지 않았고, 청바지 바깥쪽 엉덩이 부분에서만 DNA가 나와 성범죄 혐의를 입증할 수 없었다.

피해 여성 측은 CCTV 사각지대에서 있었던 사라진 7~8분의 행적과 A 씨가 범행 직후 휴대전화로 검색했던 ‘실시간 서면 강간미수’ 등의 포렌식 결과를 바탕으로 성범죄 혐의를 주장했다. 수사 과정에서 철저히 ‘제3자’로 배제된 피해자는 수사진행상황이나 피고인의 진술 등 사건의 실체에 접근할 수 있는 정보를 얻지 못해 발만 동동 굴려야 했다. 경찰과 검찰, 1심 재판 과정까지 성범죄 혐의를 밝혀내지 못하다가, 결국 사건 발생 1년 넘게 지난 항소심 단계에서야 강간 혐의가 적용된 것이다.

지난해 5월 부산 서면 오피스텔 공동현관에서 귀가하던 20대 여성을 아무런 이유도 없이 무차별 폭행한 30대 남성의 모습. 피해자 측은 당시 가해 남성이 CCTV 사각지대로 끌고 가 성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피해자 제공 지난해 5월 부산 서면 오피스텔 공동현관에서 귀가하던 20대 여성을 아무런 이유도 없이 무차별 폭행한 30대 남성의 모습. 피해자 측은 당시 가해 남성이 CCTV 사각지대로 끌고 가 성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피해자 제공

검찰은 “A 씨가 피해 여성의 청바지를 벗겨내렸거나 벗겨내린 뒤 서둘러 청바지를 입히는 과정에서 접촉할 때만 나올 수 있는 DNA 재감정 결과가 나왔다”며 “성폭력 목적으로 피해자의 뒷머리를 강타해 실신시킨 뒤 CCTV 사각지대로 끌고 가 범행을 저지른 것을 추가로 규명했다”고 밝혔다.

이날 피고인 신문에서 A 씨는 범행 직후 자신의 휴대전화로 ‘실시간 서면 강간미수’ ‘부전동 강간사건’ 등의 키워드를 왜 검색했냐는 검사의 질문에 “그냥 궁금해서 검색을 했다. 그런 사람들이 형량을 얼마나 받는지 단순히 궁금했다”고 답했다.

CCTV 사각지대로 끌고 간 행위에 대해서는 “그곳이 CCTV 사각지대인 줄 몰랐다. 피해자를 구호하기 위해 7~8분간 뺨을 때렸다”고 말했다. 구호조치를 했다면 왜 급하게 범행 현장을 빠져나갔냐는 질문에는 “피해자가 눈을 떴다 감았기 때문에 정신이 돌아왔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A 씨는 또 “당시 길을 걷던 피해자가 나를 보고 뭐라고 하기에 따라가서 범행을 저질렀다”면서도, 구체적으로 무슨 말을 들었느냐는 물음에는 “환청이었던 것 같다. 남성의 목소리인지 여성의 목소리인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횡설수설했다.

구치소에서 피해자의 이름과 주소, 주민등록번호 등을 되뇌이며 보복 범죄를 다짐했다는 수감 동료의 증언에 대해서는 ‘그런 적 없다’고 밝혔다.

이날 검찰이 밝힌 사실에 따르면 A 씨는 누범기간 중 강도상해 등 2회, 특수강도, 집단흉기 등 상해 등으로 징역 6년형을 복역한 바 있다. 강간 1회와 다수의 특수절도 등으로 여러차례 소년보호처분을 받은 전력도 있었다.

A 씨는 최후 변론을 통해 “피해자에게 죄송하고 후회를 많이 하고 있다”면서도 “살인이나 강간의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항변했다.

지난해 5월 발생한 일명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가 머리와 다리 등에 심각한 상해를 입고 입원해 있는 모습. 피해자 제공 지난해 5월 발생한 일명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가 머리와 다리 등에 심각한 상해를 입고 입원해 있는 모습. 피해자 제공

이날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피해자인 B 씨에게도 법정에서 발언할 기회를 제공했다. B 씨는 “매일 저는 제가 처참히 폭행당하는 장면을 봐야했고 거짓된 진술들을 색출해내는데 하루하루를 보내야 했다”며 “여전히 약을 먹지 못하면 2시간 만에 잠에서 깨고, 사건이 발생한 뒤로 10kg이 넘게 빠져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B 씨는 “DNA가 검출됐다는 사실이 성범죄 피해자로서 마냥 기쁘지 않은 일인데, 기뻐서 펑펑 울었다”며 “검사님과 판사님께는 하나의 사건이지만 저에게는 목숨이 달린 일이다. 죄 없는 선량한 시민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엄정한 판단을 해달라”고 덧붙였다. 재판 내내 방청석에 앉아 의연히 재판 과정을 지켜보던 B 씨는 이날 애써 참아왔던 눈물을 터뜨렸다.

이어 B 씨는 취재진에게 “사건 관련 정보를 얻기 위해 민사 소송을 걸어야만 했고, 그때 그게 제 목숨을 위협하는 일이 될 줄은 몰랐다”며 “회복적 사법이 되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알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A 씨는 살인미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 받고 양형이 과하다는 이유로 항소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항소심 선고 공판은 다음 달 12일 열릴 예정이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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