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김남국 사태, 블록체인 업계 발전 계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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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홍열 비댁스 대표·변호사

김남국 국회의원의 가상자산 투자 관련 논란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의정 활동 중의 과도한 가상자산 투자 행위 자체가 문제라는 의견도, 개인적인 투자 활동에 대해서 적법 여부를 따지는 것은 과도하다는 의견도 있다. 투자 활동은 사적인 영역임에 분명하지만 국회의원이라는 신분 때문에 여야의 정쟁이 가열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일반 주식시장에서도 갓 상장된 주식은 소위 ‘따상(공모가 2배 시초가 후 상한가)’하며 시세가 급등하는데 가상자산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거액의 가상자산을 매수하는 데 사용된 자금의 출처도 문제다. 게임업체들의 숙원을 해결해 줄 수 있는 내용의 입법 활동을 하며 대가로 가상자산을 제공받은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이와 같은 의혹들이 다시 한번 가상자산에 대한 불신의 벽을 높이고 있다. 가상자산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김 의원 개인적인 이슈로 한정해서 보는 것이 타당하지만 가상자산에 대한 신뢰가 단기간 내에 회복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국회의원의 투자 관련 논란

가상자산 불신 벽 다시 높여

관련 법 5월 국회 정무위 통과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 시 제재

거래소 기능·역할 분산시키고

투자자 스스로 학습·분석 필요

가상자산 업계는 다시 신뢰를 얻기 위해 조금씩 전진하고 있다. 지난 5월 가상자산 거래 및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 정무위를 통과했다. 이 법은 가상자산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해 이용자, 즉 고객의 예치금과 가상자산을 사업자의 것과 분리 보관하도록 강제하는 한편,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행위, 시세조종 행위, 부정 거래행위 등을 불공정거래행위로 규정해 제재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삼고 있다. 고객 자산의 분리 보관 규정은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고객 자산을 함부로 처분, 관리하지 못하도록 제3자에게 분리 보관시키도록 한다. 여기서 제3자는 가상자산 수탁 및 보관을 업으로 하는 커스터디 서비스 업체가 담당한다. 필자가 운영하는 회사도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세계적 가상자산 거래소인 FTX는 고객 자산을 함부로 사용하다 손실을 보고 파산에 이르렀는데, 이 법을 통해 FTX와 같은 사태는 예방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 법이 시행되면 특정 가상자산이 곧 거래소에 상장이 될 것이라는 미공개 중요정보를 함부로 이용할 수 없게 된다. 가상자산을 사용한 자금세탁도 부정거래 행위로서 명백히 위법이 된다. 자금세탁 의심 거래나 미공개 정보 이용 등의 행위는 불공정거래행위임이 명백해지고, 각종 행정 제재와 형사처벌도 따른다. 투명하고 공정한 가상자산 거래를 위한 기본적인 보호 장치들이 마련되는 셈이다. 이 법은 가상자산 업계에서도 애타게 기다려 왔던 터라 그 필요성은 두말할 나위 없다. 다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서 통과되어야 해서, 법 시행까지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물론, 법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없기 때문에 가상자산 업계 스스로도 변화가 필요하다. 그동안 거래소 일변도였던 블록체인 생태계를 바꿔야 한다. 전통 자본시장과 같이 거래와 수탁, 결제 기능을 분리하여 거래소에 집중된 기능을 분산시키고 관련 서비스를 전문화해야 한다. 거래소 운영업체의 붕괴가 가상자산 업계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제한하는 것이다. 시장 독점이 아니라 경쟁과 상호 견제를 유도해 질적 성장을 이루어야 한다.

거래소가 가상자산의 상장부터 거래, 수탁 및 결제를 독점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김남국 의원 사태는 애당초 불가피했다고 본다. 현재 거래소에 집중된 기능과 역할을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 그렇게 된다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하거나 고객의 자산을 남용하는 일, 계획된 수량을 넘어서 가상자산을 몰래 발행하는 일 등 음지에서 이루어지던 탈법행위들이 제한될 것이다. 이는 관련 서비스의 전문화로 이어져 블록체인 생태계가 더욱 풍부해질 것이다.

가상자산에 투자하는 일반 고객들 입장에서도 법률 제정이나 업계의 변화만 기대할 것은 아니다. 가상자산을 일확천금을 올릴 수 있는 투기성 기회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 블록체인 기술의 쓰임새와 그에 파생되는 가상자산의 속성을 이해해야 한다. 주식시장에서 ‘서학개미’라는 용어가 나왔듯이 투자자 스스로 학습과 분석이 필요하다. 시장에서 옥석 가리기는 결국 수요자의 결정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가상자산 시장의 불황과 호황 주기를 살피며 긴 호흡으로 바라보고, 메인넷을 운영하는 재단이 발행한 코인에 관심을 가져 보는 것도 참고가 될 것이다. 한국에는 아직 없는 가상자산 전문 기관투자자를 정부와 시장에 요구하는 것도 시장 성숙에 필요한 방안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이 있다. 김남국 의원의 사례가 정쟁으로 끝나지 않고 블록체인 업계 발전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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