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기업인 조형물 건립 예산 200억원 삭감…시의회서 제동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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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회 “절차, 시기 고려해야” 지적
지역 시민사회단체 찬반 양론 ‘팽팽’


울산과학기술원 인근 야산에 설치하는 위대한 기업인 조형물 조감도. 울산시 제공 울산과학기술원 인근 야산에 설치하는 위대한 기업인 조형물 조감도. 울산시 제공


속보=최근 적정성 논란을 빚은 울산시의 기업인 거대 조형물(흉상) 건립 사업(부산일보 지난달 29일 자 6면 보도)이 울산시의회의 예산 삭감으로 제동이 걸렸다.

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는 15일 울산시가 예산안 심사를 요청한 ‘위대한 기업인 기념사업’의 총예산 250억 원 중 부지 매입비 50억 원을 제외한 기업인 흉상 설치 사업비 200억 원을 전액 삭감했다.

이에 따라 시가 최근 울산 정체성과 기업 연고 의식 확보 차원에서 밀어붙인 기업인 조형물 설치 사업이 잠정 중단됐다.

산건위는 이날 예산 심사에서 삭감 사유로 “기념사업인 만큼 시민이 공감하는 명품 사업으로 추진하기 위한 절차와 시기 등을 고려했다”고 지적했다.

시의회가 고려한 절차는 위원회 구성, 기념사업 대상자 선정, 사업지 매입, 공론화 등이다.

시가 추진하는 ‘위대한 기업인 기념사업’은 울산 관문인 KTX 울산역과 울산~언양고속도로 인근 야산을 구입해 높이 30~40m 규모 울산 대표 기업인 흉상을 만들어 기업가 정신을 기념한다는 내용이다. 기단(20m)까지 포함하면 흉상은 높이가 최대 60m 정도로 검토되고 있다. ‘울산판 큰바위 얼굴’을 만들어 기업 투자를 끌어내겠다는 취지에서다.

흉상 건립 대상 인물로는 현대그룹 창업주 고 정주영 회장, SK그룹 고 최종현 회장, 롯데그룹 고 신격호 명예회장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이 사업을 놓고 지역 정당과 시민단체, 경제인단체 등을 중심으로 찬반 양론이 뜨겁게 펼쳐졌다.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등 지역 야당과 일부 시민단체는 ‘재벌을 우상화한다’, ‘시대정신에 맞지 않는다’ 등을 이유로 사업 철회를 요구해 왔다.

반면 울산상공회의소와 일부 단체는 “울산을 있게 한 기업가들의 정신을 계승하고 장기적으로 울산에 대한 연고의식을 되살려 기업 이탈을 막자”라거나 “울산 산업수도 초석을 마련한 기업인 조형물을 건립해 랜드마크화하자”며 찬성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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