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 경영 공백' HUG, 신임 사장 선출… 과제 산적
15일 주총서 유병태 사장 선임
지난해 10월 이후 공백 장기화
조직 안정 비롯 경영 정상화 등
전세사기 수습·적자 극복해야
유병태(사진) 코람코자산신탁 이사가 15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신임 사장 최종 후보로 낙점됐다. 지난해 10월 권형택 전 사장의 중도 사의 후 8개월 만이다. 장기화한 경영 공백으로 인한 조직 안정 외에도 외부적으로는 최근 잇달아 터진 전세 피해 등을 수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만큼 책임이 막중할 것으로 보인다.
HUG는 이날 부산 남구 본사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유 전 이사를 신임 사장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유 신임 사장 내정자는 1963년생으로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HUG 관리, 감독 기관인 국토교통부 원희룡 장관과 서울대 법대 82학번 동기다. 유 신임 내정자는 이후 서울대석사 과정을 마친 뒤 KB부동산신탁, 코람코자산신탁 등에서 근무했다.
부동산 시장 전반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이번에 신임 사장으로 선출됐다는 게 HUG 측 설명이다. 주주총회를 통해 선출된 유 신임 사장 내정자는 원 장관이 제청한 뒤 윤석열 대통령 재가를 거쳐 이르면 다음 주 취임식을 할 예정이다.
이로써 HUG는 지난해 10월 권 전 사장 사퇴 후 약 8개월 만에 새 수장을 맞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박동영 전 대우증권 부사장이 올 2월 임시 주주총회에서 사장으로 지명됐으나 HUG 임원들을 만나 업무보고를 받는 등 불공정 논란이 불거지면서 주총 통과 당일 사퇴했다.
신임 HUG 사장의 어깨는 무겁다. 우선 내부적으로는 경영 공백이 길어진 까닭에 조직 안정이 필수적이다. 박 전 부사장 내정 당시 HUG 고위 관계자 등이 인사에 대해 의견을 나눴지만, 사퇴로 무산된 상태다.
또한 악화한 경영을 정상화해야 하는 임무도 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2021년 494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HUG는 지난해 1258억 원의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 HUG가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은 지난 2009년(7322억 원 적자) 이후 처음이다. 부채비율도 2021년 26.6%에서 34.6%로 높아졌다.
특히 최근 국내에서 연달아 터진 전세 사기·깡통전세 등으로 무너진 주택 시스템을 재건해야 하는 과제도 놓여있다. HUG에 따르면 올해 1~4월 전국에서 발생한 보증사고 규모는 1조 830억 원에 달한다. 작년 한 해 동안 발생한 사고액(1조 1726억 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보증사고가 늘어나며 HUG가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갚아준 대위변제액도 4개월간 8144억 원에 달했다. 일각에서는 올해 발생한 대규모 전세 피해 원인 중 하나로 HUG가 금융회사들의 ‘묻지마 전세대출’이 횡행하도록 보증서를 남발한 탓이란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미분양, 금리 상승에 따른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보증 분야도 유 사장 취임 후 깊이 있게 살펴봐야 할 분야다.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이후 PF 시장이 불안해지자 정부는 HUG의 PF 보증 범위를 확대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