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건축주택국장 자리 나도 갈 건축직 없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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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급 승진 요건 갖춘 건축직 아직 없어
지난 인사서도 행정직 출신 국장 맡아
내달 인사 앞두고 관련업계 설왕설래
“건축직 국장 요원 못 키운 ‘인사 실패’”
“직렬보다 중요한 건 사람 문제” 주장도

다음 달 1일 부산시 인사를 앞두고 건축 정책을 총괄하는 건축주택국장 자리가 다시 ‘건축직’으로 변경될지에 업계의 관심이 크다. 하지만 자격을 갖춘 사람이 없어 건축직 출신 국장 선임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건축직 국장 요원을 미리 키우지 못한 시의 ‘인사 실패’라고 지적한다.


15일 시에 따르면 다음 달 1일 시 정기 인사가 진행된다. 지역 건설업계의 관심은 건축주택국장(3급)이 ‘건축직’으로 바뀔지 여부다. 건축주택국장은 건축과 주택 정책을 입안, 허가하는 실무를 총지휘하는 자리다. 자격 요건에 특별한 직렬 제한은 없지만 전문적인 업무 특성상 건축직이 건축주택국장을 맡는 것이 관례였다.

지난 1월 인사 때에는 시 건축직 중에서 3급 자격 요건에 맞는 사람이 없었다. 당시 4급 건축직 공무원들은 4급으로 승진한 지 3년이 지나지 않아 3급 승진 자격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 이 때문에 행정직이 건축주택국장 자리를 맡았다. 비록 처음은 아니었지만, 건축직이 아닌 다른 직렬에서 맡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다시 인사 시즌이 되자 업계에서는 건축직 국장 선임 여부를 두고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 국장이 열정적으로 일하지만 건설업계가 워낙 특수한 분야이다 보니 전문성과 이해도가 부족한 부분도 있다”며 “건설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업계와 행정의 긴밀도를 유지하고 속도감 있는 정책을 펼치기 위해서는 건축직 출신이 유리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직무대행 방식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행정자치국 관계자는 “규정상 3급 직위부터는 직렬 제한이 없어 다른 직렬의 3급이나 3급 승진자가 우선 순위가 된다”며 “4급 건축직 공무원이 3급 국장의 직무대행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에도 여전히 자격 요건을 갖춘 건축직 인사는 없는 셈이다. 시에 따르면 3급 승진 요건인 3년을 가장 빠르게 채우는 건축직 공무원은 2명이지만 6개월가량을 더 채워야 한다. 업계에서는 국장급 건축직 자원을 미리 키워놓지 않은 시의 인사 실패라고 꼬집는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상황에 맞춰 필요한 사람을 쓰면 되지만, 미리 인력을 키워놓지 못해 특수성이 있는 자리의 조건에 맞는 사람이 없다고 하는 것은 시의 인사 정책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의 건설업계에는 과거 비건축직 국장에 대한 트라우마도 있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 시절 개방형 직위 공모를 통해 건축직 출신이 아닌 국장이 임명된 후 현장에서는 전문성 부족에 대한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대표적인 예가 시내 건물에 천편일률적으로 ‘건축물 120m 높이 제한’ 정책을 펼친 것이다. 당시 이 정책은 공공성만 앞세운 나머지 현실성이 떨어진 탓에 현장의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비판이 높았다.

일부에서는 건축직, 행정직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람 문제’라는 평가도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축직 국장의 경우 외부 전문가의 의견을 귀담아듣지 않고 큰 틀보다 작은 부분에 집중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오히려 전문 영역은 전문가에게 맡기고 예산 확보, 불합리한 절차 개선 등 행정적인 부분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행정직 국장을 높게 평가하는 이도 있다”고 말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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