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여는 시] 상실의 기술 / 정성환(196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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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월의 유일한 결말이 구월이라도

누군가의 팔월이 되었다 돌아가는 팔월의 등을 봅니다

추억은 얼마나 구체적이든가요

민어회 떠주던 광안리 횟집에서 술 취해 사랑한다던 말

여름밤 덩굴지던 능소화의 환한 미소

밑줄 치듯 손가락 가리키며 읽어주던 시 한 줄

깊어갈수록 더 외로워진다는 고백

하나씩 온 길 되짚어 어디로 돌아갈까요

뜨거운 맹세도

헤어짐도 없이 어찌 구월이 올까요

- 시집 〈남천2동 주민센터 앞〉(2023) 중에서


유월 말인데도 한낮은 벌써 뜨겁다. 곧 장마가 지나가면 뜨거운 여름이 시작될 것이다. 여름은 바다의 계절. 해운대와 광안리 바다가 북적대겠다. 시인은 ‘팔월의 유일한 결말이 구월’이라도 팔월의 등을 타고 흐르는 구체적인 추억을 상기시킨다. 그 추억엔 횟집, 사랑, 능소화, 시 한 줄이 있다. 그리고 ‘뜨거운 맹세’도 ‘헤어짐도 없이’ 어떻게 구월이 오겠냐며 눙친다. 때가 되면 어김없이 오는 계절이지만, 계절 속에서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은 만남과 헤어짐에 있다. 올여름도 폭염이 이어지겠지만, 여름은 여름다워야 한다는 옛 어른들의 여름나기 지혜를 찾아 시민 모두가 낭만과 열정의 계절을 즐기시길 바란다. 성윤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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