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연 “실제 나와 비슷한 ‘라니’ 캐릭터 더 잘 그려보고 싶었죠”
영화 ‘빈틈없는 사이’ 출연
프리랜서 피규어 디자이너 역
카라 15주년 앨범과 같이 준비
“세트장에 가만히 앉아서 예전 제 모습을 돌아봤어요. 힘들고 괴로웠던 일들을 이제는 극복해가고 있더라고요.”
걸그룹 카라로 데뷔해 이젠 스크린 주연을 꿰찬 한승연의 말이다. 5일 개봉한 영화 ‘빈틈없는 사이’로 관객을 만나고 있는 그가 유독 이번 작품을 애틋하게 생각한 이유를 털어놓는다. 데뷔 초 자신의 모습을 캐릭터에게서 봤고, 달라진 지금의 모습을 느끼며 뿌듯하기도 했단다. 한승연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한승연이 그린 ‘라니’는 프리랜서 피규어 디자이너다. 뮤지션 지망생과 방음 안 되는 벽을 사이에 두고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게 된다. 한승연은 “마음껏 대놓고 연애할 수 있는 건 작품에서밖에 없다”고 웃은 뒤 “마침 상대역인 이지훈 씨가 동갑내기라 어색하고 쑥스러운 게 있더라”고 말했다. 그는 “생각보다 벽이 튼튼하게 만들어져서 소리가 벽 너머로 잘 안 들렸다”며 “촬영 전 집에서 열심히 연습했는데도 어렵고 혼란스러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지훈 씨와 마주 보고 이야기한 장면이 몇 안 된다”고 했다.
한승연은 이번 작품 촬영을 카라 15주년 기념 앨범 준비와 함께 했다. 그는 “부담스럽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라며 “두 가지를 한꺼번에 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멤버들이 영화에 더 많이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해줬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한승연은 “부담만큼 더 많이 준비하고 피드백하면서 치열하게 준비했다”면서 “대본도 ‘깜지(글을 빼곡히 적은 종이)’처럼 쓰면서 연습했다”고 털어놨다. “이 캐릭터를 잘 감싸 안고 싶었어요. 어떻게 보면 저와 정말 비슷하거든요. 저도 실제로 집 밖에 잘 안 나가는 ‘집순이’예요. 사람에게 상처받은 기억이 있는 것도 그렇고요. 그래서 라니를 더 잘 그려보고 싶었어요.”
2007년 아이돌 그룹 멤버로 연예계에 발을 디딘 한승연은 어느덧 17년 차 중견 스타가 됐다. 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 ‘왔다! 장보리’ ‘청춘시대’와 영화 ‘쇼미더고스트’에 출연하며 연기 경력도 쌓아왔다. 최근엔 JTBC 예능 프로그램 ‘웃는 사장’으로도 시청자를 만나고 있다. 한승연은 “예전과 많이 달라진 나를 본다”며 “이젠 슬슬 (마음이)자유로워지는 것 같다”고 했다. 또 하나의 도전인 예능 촬영 땐 “일만 계속 하느라 도대체 언제 웃는지 모르겠다”며 가벼운 농담도 건넨다.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인다. “여러 경험을 해볼 수 있는 이 직업이 좋아요. 하지만 여전히 이 일이 제게 맞는지 고민하죠. 할 때마다 모자란 부분이 보이거든요. 이번 작품을 하면서 한 뼘 더 성장한 저를 느꼈습니다.(웃음)”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