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디지털 트윈’ 통해 재난대응 능력 향상시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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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똑같은 상황을 가상에 만들어 시각화·모의실험·분석
가상 모형 통해 부산 전역 도시관리·운영 서비스 체계 구축

국내 재난관리체계가 기후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비가 내리면 극한호우가 되고 날이 더워지면 극한 폭염으로 치닫는다. 통상 우리나라의 장마철은 주로 6월 말부터 7월 말까지다. 이 기간 동안 1년 총 강수량의 30%에 해당되는 많은 비가 내린다. 예고된 장마였음에도 최근 여름에는 극심한 집중 호우로 사건·사고가 잇따랐다. 올해만 하더라도 48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1만 7000명 이상이 수해로 대피했다. 물론 우리나라만 기후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것은 아니다. 전 세계 곳곳에서 사람이 살기 힘들 정도로 펄펄 끓고 산불이 계속되는 등 기상이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기존 자연재난 대응 패러다임을 바꾸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하고 있다. 급속한 기후위기로 인해 사후 복구 중심의 재난관리체계를 사전 예방 중심으로 전면 전환하는 일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또 기후위기를 반영한 5년을 중심으로 설계기준, 통제·대피기준 등 각종 기준을 새롭게 정립하고 매뉴얼도 전면 개편하겠다고 했다. 여야는 재난 대응 정책에 기후위기를 반영하기로 했다. 실질적 수준의 피해보상을 비롯한 예방·대응·복구 등 재해 관련 정책의 모든 과정에 걸쳐 법 체계를 정비하기로 한 것이다.

이처럼 재난대응 시스템 전면 혁신을 앞두고 기후위기를 막고 탄소배출 저감을 위한 신기술 개발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주목받는 기술 중 하나가 ‘디지털 트윈’이다. 디지털 트윈은 현실과 똑같은 디지털 쌍둥이를 가상에 구축한 뒤 현실에서 발생될 수 있는 여러 상황에 대한 시각화·모의실험·분석을 거쳐 결과를 예측하는 기술을 말한다. 아직 우리나라의 디지털 트윈 기술 수준은 기초 단계다. 하지만 디지털 트윈 기술의 완성도를 점차 높여나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침수 가능성은 물론, 산사태나 홍수 예상 지역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실제 다양한 재난을 경험해온 미국, 일본, 유럽 등은 디지털 트윈을 활용한 재난대응 연구와 정책을 시행해오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능형 하천관리 체계 구축’ ‘도시침수 스마트 대응시스템 구축’ 등 다양한 재난방재 관련 디지털 트윈 데이터를 구축해나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수준의 디지털 트윈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전 국토의 모니터링이 가능한 정부부처·기관별로 구축된 데이터의 구축, 활용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테면 폭우 예방을 위해 도시 내 강수량, 하천의 수위, 지반의 강도, 건물의 높이 등 각종 정보가 정확하게 반영돼야 한다. 또 데이터의 표준화, 보안 준수 등 기술적·법률적 고려도 필요하다. 이런 이유로 디지털 트윈을 현장에서 활용하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LX한국국토정보공사는 올해 3월 국토교통부로부터 ‘디지털 트윈 국토 플랫폼 전문 지원기관’으로 지정됐다. 공공 부문 디지털 트윈을 선도하고 있는 LX공사는 디지털 트윈 기반의 LX플랫폼을 완성해 본격 서비스를 시작했다. LX플랫폼은 사물인터넷(IoT)·기상·하천·도로 등을 연계한 데이터를 구축하고 시각화·시뮬레이션·분석을 통해 사용자 맞춤형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플랫폼이다.

LX플랫폼은 지형·가시권 등 공간분석, 3D 자동화 기능을 토대로 하천 모니터링, 도로점용 인허가 등 10개 행정 활용 서비스와 유동인구·교통량 분석, 토지개발 인허가 등 9개 특화 서비스로 구성됐다. 이를 통해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이 중복개발 없이 저비용·고효율로 관련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지원하고 있다. LX공사는 LX플랫폼을 통해 디지털 트윈 구축 기술과 경험 등을 지자체와 공공기관에 적극 지원해 현안 과제들을 과학적으로 해결함으로써 공공 행정의 효율화, 국민 편익 제고, 안전 향상에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울산시 울주군의 경우 LX플랫폼을 기반으로 3차원 재난관리 서비스를 작년에 구축해 재난구호소 운영·관리, 이재민 관리 등 재난상황 시뮬레이션에 활용하고 있다. 올해는 ‘도시안전 CCTV 적지분석 의사결정시스템’ 구현을 위한 사업을 추진중에 있다.

이러한 사례로 부산시는 LX플랫폼을 도입하여 ‘디지털 트윈 기반 도시관리 운영체계 구축’을 추진하고 있으며, LX공사는 부산시 전 지역을 디지털 트윈으로 구축해 가상모형을 통한 도시관리 운영 서비스를 체계적으로 구축한다는 복안이다.

자연재해로부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디지털 트윈을 활용한 지능형 관리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인 시대가 되었다. 이를 위해 고정밀 공간정보 데이터 구축과 각종 행정데이터 및 실시간 IoT 데이터 연계 등을 통해 사각지대 없는 촘촘한 디지털 안전망 구현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기후위기로부터 안전한 대한민국을 구축하는 그 길에 LX플랫폼을 통한 디지털 트윈이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길 희망한다.

박관식 LX부산울산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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