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쪽으로 더 치우친 태풍 카눈, 부울경 전 지역이 ‘위험 반원’
10일 오전 9시께 남해안 상륙
9일 밤부터 태풍 예비특보
부울경 100~200mm 폭우 예보
반경 300km 초속 15m 강풍
지자체마다 대비책 마련 분주
8일 밤부터 부산항 운영 중단
제6호 태풍 ‘카눈’이 10일 오전 남해안에 상륙한 뒤 한반도를 관통해 북진할 것으로 예상되자 부산·울산·경남 지자체가 집중 대비 태세에 나섰다. 부울경은 9일 오후부터 태풍 영향권에 들 것으로 예상된다.
8일 기상청에 따르면 카눈은 10일 오전 9시께 남해안에 상륙할 전망이다. 태풍의 예상 경로는 시시각각 변한다. 이동 속도에 따라 실제 상륙 지점과 시간은 앞으로도 바뀔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카눈은 이날 오후 4시 기준 예상 경로를 전날 예보보다 더 서쪽으로 틀었다. 이에 따라 부울경 전 지역이 태풍 진행 방향의 오른쪽인 ‘위험 반원’에 들 것으로 우려된다.
부울경은 9일부터 태풍의 직접 영향권에 들 전망이다. 부울경에는 9일 밤을 기점으로 태풍 예비특보가 내려졌다. 부산과 경남 창원·김해·거제시 등에는 9일 오후 호우 예비특보가 내려졌다. 부울경에는 9일부터 100~200mm의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태풍의 중심이 서울을 향해 나아가는 것으로 예보돼 수도권도 태풍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태풍이 우리나라를 지날 때 최대 풍속은 초속 15m를 넘고 ‘강풍 반경’은 300km에 이르는 만큼 안전지역은 없을 것으로 우려된다.
태풍 북상에 따른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각 지자체와 기관들은 분주히 대비책 마련에 나섰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8일부터 예정된 휴가를 반납하고 태풍 대응에 나섰다. 시는 이날 오후 유관기관 합동 대책회의를 열고, 위험 징후 발생 시 사전 대피와 시설 통제 강화 등 적극적인 조치를 당부했다. 시는 또 태풍 북상에 대비해 산사태, 급경사지, 침수 우려지 등 총 3448곳의 재해우려지역을 점검했다.
태풍 북상에 따라 부산항도 운영을 멈춘다. 부산해양수산청은 8일 오후 8시부터 부산항 항만 운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부산항 신항과 북항 컨테이너 부두, 감천항 접안 선박과 부선 등은 모두 피항했다. 컨테이너 터미널 운영사에는 빈 컨테이너를 철저히 고박하고, 본선 하역 시 풍속 등을 감안해 안전하게 작업하도록 했다.
경남도는 태풍이 남해안에 상륙할 것에 대비해 어선을 대피시켰다. 창원시와 남해군 등 8개 시군의 어선 3397척을 대피시켰다. 이 가운데 5%인 124척은 육지로 인양해 피해 예방에 나섰다. 도는 태풍으로 인명 피해가 날 경우 응급의료 서비스를 지원하기 위해 재난응급의료상황실을 24시간 가동한다. 태풍 피해지역을 대상으로 심리지원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경남도교육청은 이날 각 교육지원청과 각급 학교에 상황관리, 비상대응체계 운영 등 태풍 피해 예방에 나서도록 긴급 공문을 발송했다. 창원시는 시민 안전을 위해 선제적으로 정당 현수막을 자진 철거해 달라고 18개 정당에 요청했다. 철거되지 않은 현수막은 9일부터 직접 철거할 예정이다.
조선과 자동차, 석유화학 등 대형 사업장이 즐비한 울산도 일제히 집중 대비 태세에 들어갔다. 현대중공업은 총 4단계의 자체 태풍 위험등급 가운데 최고 단계인 ‘심각’을 발령하고, 실시간 태풍의 이동 경로를 주시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은 태풍과 호우에 따른 차량 침수를 막기 위해 수출 선적 부두와 저지대에 있는 생산차 5000여 대를 안전지대로 옮기는 등 태풍 피해가 없도록 안간힘을 쏟고 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 김길수 기자 kks66@busan.com ,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