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리포트] 외신 “전 세계 출생률 꼴찌 한국에 충격 준 고스트 베이비”

김형 기자 moon@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타임스, ‘유령 아기’ 살해사건 조명
처벌 강화 대책으로는 한계 분명
낙태 제한·높은 양육비 등이 원인
체계적인 성교육 프로그램 절실

경찰이 지난달 4일 경남 거제시 고현동 신현제1교 주변에서 '거제 영아 살해 유기 사건’과 관련해 영아 시신을 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지난달 4일 경남 거제시 고현동 신현제1교 주변에서 '거제 영아 살해 유기 사건’과 관련해 영아 시신을 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외신들이 한국에 충격을 준 ‘유령 아기’ 살해 사건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대다수 외신은 ‘유령 아기’를 ‘고스트 베이비’(Ghost baby)로 직역해 지칭하면서 이러한 비극적 사건을 줄이기 위해 처벌만 강화한다면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신 낙태 제한, 높은 양육비 등을 이 사건의 주요 원인으로 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으로 관심을 가져야한다고 주장했다.


■“강력한 처벌 큰 효과 없을 듯”

영국 유력 일간지인 타임스는 최근 ‘한국에서의 영아 살해 사건-알아둬야 할 것’이라는 기획기사에서 한국 국회가 이러한 비극적인 사건을 막기 위해 법을 개정해 강력한 제재 방안을 내놓았지만 그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점을 기사 서두에 언급했다.

타임스는 기사에서 “급증하는 영아 살해 사건이 한국을 충격에 빠뜨리자 한국 국회의원들은 형량을 늘리고 극단적인 경우 사형에 처하는 등 더 강력한 제재를 가했다”며 “그러나 무거운 형벌이 반드시 범죄를 줄이는 데 효과적인 것은 아니다. 강력한 제재는 절박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단념시키지 못할 것 같다. 형량이 늘었으니 안 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전문가의 논문과 인터뷰를 근거로 제시했다. 홍익대 이인영 법대 교수는 2016년 연구에서 “형벌을 강화하거나 중형을 부과하는 것만으로는 범죄 억제가 이뤄지지 않는다”며 “무거운 형벌은 낮은 범죄율과는 상관관계가 없었다”고 밝혔다. 또 한국방송통신대 최정학 법학과 교수는 과도한 처벌이 소수자를 부당하게 표적으로 삼을 위험도 있다고 말했다.

■“높은 자녀 양육 비용이 문제”

타임스는 한국에서 영아 살해 사건이 증가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원인에 주목했다. 타임스는 “원치 않는 임신이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한국인이 안전하고 합법적인 낙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낙태 시술을 원하는 사람들은 합법적인 것과 불법적인 것 사이에서 미묘한 경계를 넘나들며 많은 의료 종사자들이 기소될 것을 두려워하여 수술적 낙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어두운 풍경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1973년에 통과된 모자보건법은 낙태가 허용되는 다섯 가지 조건을 명시한다. 이 중 강간 또는 근친상간으로 인한 임신, 임신이 심각한 건강 위험 초래 등 두 가지를 제외한 나머지 세 가지는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 된다. 또 2019년 헌법재판소 판결에 따라 2021년 초부터 낙태가 범죄에 해당하지 않게 됐으나 국회는 여전히 낙태 조건을 명확히 하는 법률을 통과시키지 못하고 있다.

타임스는 또 다른 이유로는 한국에서 자녀를 양육하는 데 드는 높은 비용을 지적했다. 타임스는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2025년에는 노인 인구가 인구의 5분의 1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대비해 한국 정부는 다양한 출산 장려책을 추진 중”이라며 “그럼에도 많은 한국 부부는 아이를 낳는 것을 고민한다. 높은 생활비, 긴 노동 시간, 실업자들의 제한된 기회, 비싸고 경쟁이 치열한 교육 시스템 , 만연한 성 불평등 등이 주요 원인이다. 이를 함께 해결하려는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미혼모 인식 바꾸고 성교육 강화해야

아시아 주요 일간 신문의 네트워크인 ‘아시아뉴스 네트워크’는 최근 한국의 영아 살해 사건 원인으로 미혼모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실효성 부족한 성교육을 꼽았다.

아시아뉴스 네트워크는 ‘고스트 베이비, 한국의 모자 지원 부족’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한국 사회에서 결혼하지 않은 엄마라는 오명은 엄마의 삶에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긴다”며 “한국의 영아 살해 사건들은 원치 않는 임신을 한 미혼모들의 상처, 부실한 모자 지원 대책, 효과 없는 성교육의 실태를 보여 준다”고 전했다.

아시아뉴스 네트워크는 조선대 김윤신 의과대학 교수의 연구를 인용해 “자신의 임신을 부모에게 알리고 싶지 않고 경제적 어려움에 부담감을 느낀 엄마들이 영아를 살해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 여성들이 미혼모가 되는 것을 두려워해 임신을 가족에게 숨겼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원하지 않는 임신을 예방할 수 있는 피임법, 안전한 성관계 등 나이별로 포괄적인 성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의 성교육은 성에 대한 광범위한 개념을 다루는 1시간 길이의 비디오와 함께 단일 세션 강의로 구성돼 있어 관계, 사춘기, 생식, 임상 서비스, 낙태 등에 대한 구체적 정보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김형 기자 moon@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