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의 외침 "일자리부터 단디 해결해 주이소" [부산 시민 63인의 명령]
차기 시장에 바라는 해결 사항
전 연령대 ‘일자리 창출’ 1순위
청년·기업·교통·문화 뒤이어
각계각층의 부산 시민들이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부산시장 후보들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지역 현안을 직접 적어 보이고 있다. 시민들은 부산에서 태어나고, 부산에서 일하고, 부산에서 늙어가는 삶이 가능한 도시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일자리는 부족하고, 교통은 불편하고, 돌봄 인프라는 여전히 미비합니다.”
6·3 지방선거를 40여 일 앞두고 부산시민들이 여야 시장 후보들에게 던진 요구는 이 한 문장으로 압축됐다. 거창한 개발 공약보다 지금 당장 바꿔야 할 삶의 조건을 먼저 해결해 달라는 주문이다. ‘시민 63인의 명령’ 기획은 후보 중심으로 흐르는 선거 구도를 시민 중심으로 돌려놓기 위해 마련됐다. 〈부산일보〉는 시민들이 실제로 겪는 불편과 요구를 선거 의제의 출발점으로 삼고, 이를 후보 공약 검증의 기준으로 제시한다는 취지에서 부산 전역을 돌며 시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았다.
본보는 연령과 직업, 거주 지역을 달리하는 시민 63명을 만나 부산에 거주하면서 느끼는 불편한 점과 차기 부산시장이 반드시 해결해야 할 한 가지를 물었다. 시민들의 답은 일상에 직결된 문제로 모였다.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는 ‘일자리’였다. 인터뷰에서 등장한 주요 키워드는 △일자리(46회) △청년(25회) △기업(19회) △교통(18회) △문화(18회) △지원(14회)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일자리는 세대를 가리지 않고 공통적으로 지목됐다. 취업 준비생뿐만 아니라 직장인들도 “부산에는 중견기업 이상 갈 곳이 많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연봉과 복지, 성장 가능성을 갖춘 양질의 일자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그 결과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떠난다는 인식이 뚜렷했다. 부산진구의 30대 최성희 씨는 “20~30대 여성 직장인들이 일할 수 있는 ‘일터’가 부산에는 너무 부족하다. 얼마 되지 않는 일자리도 박봉인 경우가 많다”며 “질 좋은 일자리들이 많이 생겨야 청년들도 부산을 떠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자리 부족은 지역 경제 전반과도 연결됐다. 젊은 층이 빠져나가면 소비가 줄고, 상권이 침체되며 자영업자와 소상공인까지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다. 시민들은 기업 유치를 청년 대책이자 지역경제 회복의 출발점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지역 격차와 교통 문제도 주요 요구로 꼽혔다. 특히 서부산권을 중심으로 교통 접근성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사하구에 거주하는 50대 박순남 씨는 “노년 인구도 많은데, 지금 거주하는 동네의 마을버스 배차 간격이 20분 정도”라며 “부산은 산복도로가 많은데, 교통 취약지에 대한 세밀한 대책을 더욱 신경 써야 한다”고 밝혔다.
돌봄과 생활 인프라 부족도 중요한 과제로 지목됐다. 학부모들은 돌봄 공백과 교육·문화 시설 부족을 반복해서 언급했다. 40대 학원강사 고영진 씨는 “아이들 교육 문화 인프라가 부족하고 지역 내 불균형도 심하다”며 “아이들이 집 근처에서 마음껏 뛰어놀며 꿈꿀 수 있는 부산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립부경대 차재권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태 지방선거에서 여야 후보들은 큰 브랜드 디자인을 내세우며 시민들에게 환상을 심어줬는데 이에 대해 시민들이 피로감을 느꼈을 수 있다”며 “내 삶의 변화를 줄 수 있는 공약, ‘내가 이 도시를 떠나지 않고 살 수 있을 만큼 삶의 질을 보장해줄 수 있는 공약’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산 시민들이 여야 시장 후보에게 보낸 메시지는 분명하다. 도시의 미래를 말하기에 앞서, 시민의 일상부터 바꿔 달라는 것이다. 본보는 시민들의 요구를 후보 캠프에 전달하고, 각 캠프의 실행 계획을 비교·검증하는 후속 보도를 이어갈 계획이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