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과 함께 온 불청객 말벌·뱀… “머리 위·발밑 확인부터”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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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부울경 벌집 제거 6305건
‘등검은말벌’ 토착화 위험성↑
국립공원 등에 뱀 출현 잇따라
맹독 지닌 종 많아 치명상 우려

지난 7월 한 달 동안 부울경에서 211건에 달하는 뱀 포획이 이뤄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뱀 포획에 나선 모습. 경남소방본부 제공 지난 7월 한 달 동안 부울경에서 211건에 달하는 뱀 포획이 이뤄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뱀 포획에 나선 모습. 경남소방본부 제공

수일째 이어지는 폭염으로 부울경은 물론 전국적으로 말벌과 뱀의 개체 수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명을 앗아갈 정도의 맹독을 가진 종들도 많아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15일 부산·울산·경남소방본부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부울경 벌집 제거 출동 건수는 2020년 2만 3532건, 2021년 3만 7259건, 2022년 2만 9795건을 기록했다.

출동 건수가 가장 많은 시기는 여름철인 7~9월로 나타났다. 번식기를 맞은 말벌이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시기로, 전체 출동 건 가운데 80% 이상이 집중됐다.

특히 이번 여름에는 체감상 말벌 개체 수가 더욱 많아졌다는 게 소방대원들의 공통적인 반응이다. 긴 장마로 인해 7월 한 달 동안 25일 가까이 비가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벌집 제거 출동 건수가 6305건에 달했다.

35도를 넘나드는 폭염이 이어진 데다 도심 속 열섬 현상까지 겹치면서 벌집 제거와 벌 쏘임 신고가 폭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경남에서만 121명이 벌에 쏘여 119가 출동하는 등 전국적으로 벌 쏘임 사고가 잇따르자 소방청은 7월 31일자로 ‘벌 쏘임 사고 주의보’를 발령한 상태다. 올해 벌에 쏘여 숨진 사람만 벌써 4명을 기록했다.

토착화한 외래종 ‘등검은말벌’의 위험성도 부각되고 있다. 토종 말벌보다 공격성이 2배 강한 것으로 알려진 등검은말벌은 환경부가 지정한 생태계 교란 생물로, 세계에서 가장 큰 벌집을 짓는 탓에 일반 말벌에 비해 더 많은 군체를 형성한다.

우리나라 여름 기온이 높아지면서 개체 수도 크게 느는 추세다. 경남소방본부 관계자는 “본격적으로 폭염이 시작되면서 말벌이 크게 늘었는데 등검은말벌이 심심찮게 발견되고 있다”며 “말벌에 쏘이면 알레르기로 인한 과민성 쇼크 등이 발생해 생명에 위협을 줄 수 있는 만큼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뱀의 출현도 잦아지고 있다. 7월 한 달 동안 부울경 지역에서만 211건의 뱀 포획이 이뤄졌다. 아예 신고를 하지 않거나 포획단이 도착하기 전 사라지는 뱀이 적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실제 뱀 출현 사례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립공원에서도 뱀이 자주 목격된다. 국립공원에서는 유혈목이와 살모사, 능구렁이, 비바리뱀, 누룩뱀 등의 독사가 확인됐다. 특히 유혈목이와 살모사, 쇠살모사, 까치살모사 등은 맹독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물렸을 경우 피부 괴사, 가슴 통증, 심근경색, 쇼크사 등 치명상을 입을 수 있어 특히 위험하다. 이에 국립공원공단은 등산객들의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공단 관계자는 “마주치게 되면 뱀이 먼저 도망가기 때문에 잠시 기다리는 것이 필요하다”며 “뱀에 물린다면 곧바로 119에 신고하고, 신고가 여의치 않을 때는 상처 부위를 깨끗이 씻은 뒤 물린 부위에서 5~10cm 위쪽을 살짝 묶은 뒤 병원으로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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