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세계어촌대회, 어촌 르네상스 위한 첫 발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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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덕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원장

인류는 공동체를 형성하면서부터 강가와 바닷가의 어촌에서 수산물을 포획, 채취했다. 최근에는 스마트 양식 기술이 어촌의 모습을 변화시키고 있다. AI(인공지능)을 활용해 낙지 숨구멍(부럿)으로 정확한 자원량을 추정하거나, 어류의 움직임을 인식해 자동으로 먹이를 공급하고 건강을 체크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나라 어업 인구는 90%가량 감소했고, 현재 어업 인구의 고령화 비율은 44%에 달한다. 안타깝게도 우리의 어촌 사회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위축되고 있는 공동체이다. 우리 정부도 어촌의 활력을 회복하기 위한 대규모 정책 사업을 추진 중이다.

글로벌 어촌 사회가 공동으로 직면한 도전 과제에 대한 공동 해법을 찾기 위한 노력도 함께 요구되고 있다. 기후 위기와 자연재해 취약성, 공동체 이완과 해체, 수산 생태계 변동, 해양 플라스틱 오염 등의 문제를 해결 위한 노력이 대표적이다. 지금까지 국가 차원에서는 개별 국가와 제한된 국제 협력을 통해 고군분투했지만 지구촌 차원에서 전환의 계기를 마련하지는 못하고 있다. 오는 9월 19일부터 21일까지 3일간 부산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사상 처음으로 개최되는 2023세계어촌대회(2023ICFC)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2023세계어촌대회는 세계적인 해양도시이자 우리나라의 해양 수도 부산에서 첫발을 내딛는 창설 대회이다. ‘어촌’을 매개로 하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앞으로도 국가와 지역을 순회하면서 지속적인 논의를 이어간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ESCAP), 세계은행(WB) 등의 국제기구 관계자와 아시아, 아프리카, 태평양 도서국, 카리브해, 유럽 등 20개국 내외 장관급 인사가 참여하는 글로벌 플랫폼으로서 논의의 장을 갖추게 되었다.

2023세계어촌대회의 핵심 키워드는 생산 중심의 어촌이 미래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어가기 위한 '전환(Transformation)'이다. 국제기구는 물론 관련 분야 석학을 초청해 '소규모 공동체의 청색 경제' '청색 전환' '어촌 관광' 등 어촌의 미래 방향성을 살펴보고, 문제 해결에 필요한 사람, 환경, 기술의 새로운 가치를 고민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특히, 창설 기념 대담회를 통해 참가국 장관들과 국내외 전문가들이 함께 전 세계 어촌의 비전을 모색하고, 공동의 과제에 대한 이행 방안 등 혜안을 찾는 첫 발걸음을 내딛게 될 것이다.

학술 콘퍼런스에 국한하지 않고 언어와 문화, 국가와 지역의 장벽을 넘어서는 다양한 부대 행사도 함께 열린다. 전 세계 어촌의 다양한 어업사, 어촌 문화와 유산, 우수 사례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30개 이상의 홍보 전시관을 조성한다. 특히, 세계 어업인이 현장에서 체감하는 어촌의 위기와 해결 과제를 나누고, 세계어촌대회 창설을 축하하는 메시지와 기대도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 국민이 직접 카메라를 들고 전 세계 어업인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제작돼 국민과 함께 어촌의 가치와 중요성을 탐색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인류 어업사의 시작은 수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류의 공동체를 시작한 작은 어촌 마을은 각각 세계 굴지의 항만 도시, 관광, 문화의 중심지로 발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늘날 전 세계 많은 어촌은 소멸 위기와 공동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에 직면해 있다. 2023세계어촌대회가 그 해법을 찾고 ‘어촌 르네상스’로 향하는 새로운 출발점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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