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거제도 개편 ‘하세월’, 민의 계속 외면할 건가
총선 8개월 앞, 관련 논의 사라져
9월 정기국회 때 협상 마무리해야
국회에서의 선거제도 개편 논의가 사라진 듯하다. 한때 국회 전원위가 소집되는 등 논의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됐으나 소리만 요란했을 뿐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 지금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어느 쪽도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의당·기본소득당·시대전환·진보당이 28일 비교섭단체까지 참여하는 선거제도 개편 논의를 촉구했다. 거대 양당의 밀실 협상이 의심된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의심에는 충분한 개연성이 있다. 차기 총선이 불과 8개월 앞인데도 선거제도 확정을 미루는 데에는 기득권을 결코 놓지 않겠다는 거대 양당의 속내가 숨어 있다고 읽히기 때문이다.
선거제도 개편의 핵심은 정치 양극화를 초래하는 거대 정당의 기득권 구도를 깨는 것이다. 비록 소수일지라도 유권자의 의사를 선거 결과에 제대로 반영하고 이를 통해 다양한 정치세력이 제도권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줌으로써 정치개혁으로 나아가자는 의미다. 비례대표 의원 정수 확대나 중·대선거구제 도입은 그 실효적인 방편이다. 하지만 기존 국회의원들의 반발 등으로 그동안 다양한 타협책이 제시돼 왔다. 지난 총선 때 실시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하나의 사례였으나, 거대 양당이 위성정당을 도입하면서 취지는 무색해졌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서는 그런 한계를 극복할 대안 마련이 필수 과제가 됐다.
그러나 관련 논의는 하세월이다. 선거제도 개편을 위해 국회의원 140여 명이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모임’을 만들고, 국민 공론조사도 실시됐다. 논의에 속도를 내자며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원내수석부대표와 정치개혁특위 간사가 참여하는 ‘2+2 협의체’를 구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대선거구제의 부작용과 비례대표제 개편을 놓고 여야 간에 공방이 계속되면서 협상에는 진척이 없었다. 무엇보다 거대 양당 사이 논의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으면서 밀실 협상 논란까지 불거졌다. 그 결과 지금 국회에서 선거제도 개편 논의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정치권 안팎에선 이달 임시국회 회기 안에 논의를 마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이미 물 건너 간 형편이다. 문제는 앞으로 시간적 여유가 더 없다는 점이다. 다음 달부터 정기국회가 열리지만 국정감사와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비롯해 입법 현안이 산적해 있다. 이 때문에 선거제도 개편 논의는 내년 총선 직전에야 본격 논의될 공산이 크다. 예전처럼 선거를 불과 1~2개월 앞두고 여야 간 졸속 합의가 이뤄지는 일이 반복될 우려가 커진 셈이다. 이는 정치개혁을 간절히 바라는 민심에 어긋나는 행태다. 민심을 어기고 존재하는 정치는 없는 법이다. 여야는 이제라도 속히 선거제도 협상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