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주담대’ 막차 행렬…5대 은행 가계대출, 1년9개월來 최대 증가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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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차 탄 ‘영끌족’…4개월 연속 증가세
연체율은 2년새 두배…대출 부실 위험↑
한은, 기준금리 결정 고민 깊어져
금융당국, 50년 주담대 ‘옥죄기’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이 1년 9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시장이 일부 회복세를 보이는데 금융당국이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문제 삼자 이른바 ‘막차 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다. 부산 수영구 남천동 삼익비치타운 아파트. 강선배 기자 ksun@ 2023.08.06 부산일보DB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이 1년 9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시장이 일부 회복세를 보이는데 금융당국이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문제 삼자 이른바 ‘막차 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다. 부산 수영구 남천동 삼익비치타운 아파트. 강선배 기자 ksun@ 2023.08.06 부산일보DB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이 1년 9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시장이 일부 회복세를 보이는데 금융당국이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문제 삼자 이른바 ‘막차 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다. 특히 연체율까지 지난해의 약 두 배에 이르면서 건전성에 대한 한국은행와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8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680조 8120억 원으로 7월(679조 2208억 원)보다 1조 5912억 원 증가했다.

5대 은행 가계대출은 지난 5월, 1년 5개월 만에 처음 늘어난 이후 4개월 연속 증가세다. 증가 폭 역시 지난 5월(1431억 원)에 비해 10배 가까이 확대됐고, 2021년 11월 이후 1년 9개월 만에 최대 기록이다.

원인은 집값 상승 기대감에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대출을 받음)’ 행렬이 부활했기 때문이다.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담대 잔액(514조 9997억 원)이 2조 1122억 원이나 늘면서 가계대출 증가세를 주도했다. 이는 지난 5월(6935억 원), 6월(1조 7245억 원), 7월(1조 4868억 원)보다 많이 늘어난 규모다.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50년 만기 주담대가 판매 중단되거나 나이 제한되는 일이 발생하며 이른바 ‘막차 수요’도 크게 몰렸다. 정부가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의 점검을 발표하기 직전인 지난달 9일에서 지난달 21일까지 7영업일 만에 5대 은행의 상품(50년 주담대)에만 약 1조 원 넘는 금액이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50년 만기 주담대의 한도 축소 소식 등이 전해지며 주택 구입을 고민하던 이들을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반면 고금리 영향에 개인신용대출(잔액 108조 4171억 원)은 2657억 원 감소했다. 1년 9개월 연속 감소세다.


최근 가계대출이 빠르게 증가하는 가운데 연체율 등 건전성 지표까지 나빠지며 우려와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사진은 한 은행 대출 창구 앞. 연합뉴스 최근 가계대출이 빠르게 증가하는 가운데 연체율 등 건전성 지표까지 나빠지며 우려와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사진은 한 은행 대출 창구 앞. 연합뉴스

가계대출이 빠르게 급증하는 가운데 연체율 등 건전성 지표까지 계속 나빠지면서 부실 위험에 대한 우려와 긴장이 더 고조되고 있다.

5대 은행의 7월 말 기준 단순 평균 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0.31%(가계대출 0.28%·기업대출 0.34%)로 집계됐다. 한 달 전 6월 말의 0.29%(0.26%·0.31%)보다 0.02%포인트(P) 높아졌다. 고정이하여신(NPL)비율도 한 달 사이 평균 0.25%에서 0.29%로 0.04%P 상승했다.


특히 과거와 비교하면 5대 은행의 건전성 악화는 더 두드러진다. 지난해 7월 말 5대 은행 평균 연체율과 NPL 비율은 각 0.18%, 0.23%로 올해 같은 시점보다 각 0.13%P, 0.06%P 낮았다.

하지만 새로운 부실 채권 증감 추이가 드러나는 신규 연체율(해당월 신규 연체 발생액/전월 말 대출잔액)도 7월 말 0.08%로 1년 전(0.04%)보다 0.04%P 오른 상태다. 불과 1년새 지표가 거의 두 배로 뛴 셈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높은 금리와 실물경기 둔화로 회복 탄력성을 상실한 한계 기업과 가계를 중심으로 대출 부실이 늘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가계부채 급증에 연체율 우려까지 겹치며 기준금리를 결정해야 하는 한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가계대출이 너무 많이 늘어나면 기준금리를 더 올릴 필요가 있지만 현재의 경기 위축이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문제 등을 고려할 때 이는 쉽지 않은 문제다.


이에 따라 정부는 금융당국 주도로 먼저 50년 만기 주담대 등을 손볼 방침이다. 일단 50년 만기 상품을 40년 만에 갚는 것으로 가정하는 새로운 DSR 산정 방식이 이르면 이번 주부터 모든 은행에서 시행될 전망이다. 또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 등을 다주택자와 잔금대출에는 신규 취급을 중단하는 등 가계부채와 관련한 추가 대책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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