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산엑스포 착실한 지지국 확보, 뒤집기 ‘서광’
이번 순방 외교서 10개국 이상 확보
11월 28일 투표일까지 최선 다해야
터널의 끝이 다가오면서 서서히 빛이 보이기 시작한다. 부산시민들로부터 비롯된 2030 부산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열기에 정부와 재계가 한데 힘을 모은 결과물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및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하면서 20여 개국 정상들과 만나 엑스포 유치전이라는 강행군을 펼쳤다. 그 결과 이번 순방 외교에서 10개국 이상이 한국 지지를 확답했거나, 결선투표에서 지지하겠다는 입장을 전해 왔다고 한다. 사우디아라비아에 맞서 한국이 9회 말 대역전극을 써 내려갈 준비가 차곡차곡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순방 외교는 숨 가쁘게 진행됐다. 윤 대통령은 6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캐나다, 말레이시아, 베트남, 쿡 제도 정상과 양자 회담을 가졌다. 7일에는 캄보디아, 라오스, 필리핀, 싱가포르 정상을 만나 협력을 요청했다. 자카르타에서의 마지막 일정인 8일에는 인도네시아 조코 위도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인도 뉴델리로 이동한 윤 대통령은 9일 아르헨티나, 방글라데시, 나이지리아, 코모로 정상과 릴레이식 양자 회담을 가졌다. 이어 믹타(MIKTA, 멕시코·인도네시아·튀르키예·호주) 정상들과의 회담에서 협력을 촉구했다. 순방 마지막 날인 10일에는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인도 나렌드라 모리 총리와 만났다.
부산은 사실 아세안과 여러 모로 인연이 각별하다. 2014년과 2019년 두 차례에 걸쳐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개최한 것만 해도 그렇다. 부산은 윤 대통령이 6일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밝힌 것처럼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한국은 전쟁의 폐허를 딛고 일어나 반세기 만에 선진국으로 도약한 나라고, 피란 수도에서 제2도시로 성장한 부산은 엑스포를 통해 우리의 발전 경험을 아세안을 포함한 많은 나라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것이다. 부산은 개도국 협력 계획인 ‘부산 이니셔티브’를 통해 인류가 직면한 도전 과제에 대한 해결책을 함께 모색하는 플랫폼이 되고자 한다.
예단할 수는 없지만 분위기는 나쁘지 않아 보인다. 경쟁국인 사우디아라비아나 이탈리아를 밀고 있는 일부 국가들이 한국 지지를 재고해 보겠다고 전향적인 입장을 밝혀 왔다니 무엇보다 반가운 소식이다. 양자 회담 개최국 20개 가운데 기존에 한국 지지 입장을 밝힌 국가들은 이번 만남을 통해 확실한 굳히기가 되었을 것이다. 윤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불리했던 부산 엑스포 유치전이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지경까지 끌고 온 게 사실이다. 대통령까지 발 벗고 나섰는데 국민들의 바람과 다른 결과가 나오는 상황은 꿈에서도 상상하고 싶지 않다. 유치전에서 오로지 중요한 것은 과정이 아니라 결과다. 엑스포 개최지 선정투표일인 11월 28일까지 ‘진인사 대천명’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