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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아캄프라 ‘공항’

ⓒ Smoking Dogs Films; Courtesy Smoking Dogs Films and Lisson Gallery. ⓒ Smoking Dogs Films; Courtesy Smoking Dogs Films and Lisson Gallery.

존 아캄프라(John Akomfrah, 1957~)는 실험적 창작 집단인 블랙 오디오 필름 컬렉티브의 공동 설립자이다. 블랙 오디오 필름은 1958~9년에서 1968~9년 사이 영국으로 이주한 이민 2세대 여덟 명의 모임으로 1982년부터 1998년까지 활동하였다. 아캄프라는 현재 ‘스모킹도그필름’이라는 이름으로 그들 중 몇 명과 제작을 함께하고 있다.

아캄프라는 영국 그리어슨 다큐멘터리 수상(1987)을 비롯해, 대영제국 훈장(2008)을 받았다. 그는 이탈리아, 대만 타이페이, 호주, 루마니아, 캐나다, 한국 전주국제영화제 등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감독이다. 아캄프라는 내년에 열릴 베니스비엔날레의 영국 파빌리온 대표 작가로 선정됐다.

아캄프라는 인종 차별 문제에 주력하며 역사, 기억, 이주, 후기 식민주의라는 주제를 탐색해 오고 있다. 다채널 설치 영상 작업으로 잘 알려져 있는 아캄프라는 부산현대미술관 전시 ‘그 후, 그 뒤,’(2021~2022) 참여 작가로 인류세를 다룬 ‘보라(Purple)’를 선보인 바 있다. 그는 자신만의 고유한 관점과 철학을 역사적 자료와 스틸 사진, 푸티지, 직접 촬영한 장면과 음악·음향을 조합해 강렬하고 매혹적인 이미지로 전달한다.

‘공항’은 그리스의 국가 부채와 위기라는 현실을 시적이고 초현실적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우주비행사의 이동을 따라 화면이 그리스와 공항을 훑어 나간다. 폐허가 된 공항은 실패한 꿈을 암시하는 듯 비극적인 기운이 감돈다. 사회 현실이 ‘끝이 없는 여행’이라는 것을 반영한 것이다. 이 작품은 그리스 영화 ‘범죄의 재구성’을 감독한 테오도로스 앙겔로풀로스의 롱테이크 기법과 ‘스페이스 오딧세이’의 스탠리 큐브릭 감독을 레퍼런스 삼았다.

‘공항’은 작품 속 라디오 방송을 통해 현대사를 관통한다. 1차 세계대전을 거쳐 그리스-튀르키예 전쟁, 내전과 연합군 점령 하의 독일, 파시즘, 식민주의, 2차 세계대전, 한국전쟁, 포퓰리즘 좌파 정권, 중도우파의 회복세, 아테나 과격 시위, 총파업까지 역사를 들려준다.

아캄프라는 말했다. “공항이란 역사의 굴레에서 벗어나려 할 때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국가적 혹은 개인적인 야망을 구현하는 일종의 상징이며 비행, 꿈, 더 나은 삶이 일어날 수 있는 공간이죠.” 유토피아란 적어도 현재보다 나은 미래가 존재할 수도 있다는 감각을 의미한다. 지금의 문제를 떠나 돌파구를 찾아 헤매는 존재. 작품 속 우주 비행사는 과거를 통제할 수 없는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를 은유한다. ‘공항’은 오는 23일부터 11월 12일까지 이어질 부산현대미술관 ‘소장품 섬’(지하 1층) 전시에서 하루 9회(1회, 53분) 상영된다. 김소슬 부산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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