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차선 무단횡단 80대 친 운전자 1·2심 모두 ‘무죄’, 이유는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재판부 “이례적 상황까지 대비할 의무 없어”

울산지방법원 전경. 부산일보DB 울산지방법원 전경. 부산일보DB

인적 드문 이른 아침 6차선 도로를 무단횡단하던 80대 보행자를 치어 숨지게 한 운전자에게 1·2심 모두 무죄 판결을 내렸다.

울산지법 형사항소1-1부(심현욱 부장판사)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50대) 씨에게 원심과 같은 무죄를 유지하고 검사 항소를 기각했다고 17일 밝혔다.

A 씨는 지난해 2월 경남 양산시 한 왕복 6차선 도로를 운전하다가 보행자 적색신호에 횡단보도를 건너던 여성 B 씨를 차로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사고 당시 A 씨는 2차로에서 정상속도로 주행 중이었고, 바로 옆 1차로를 달리던 차량에 B 씨 모습이 가렸다. 횡단보도 인근에는 육교가 있었다.

1심 재판부는 이런 상황에서 B 씨가 길을 건너리라고 A 씨가 알아채기 어려웠을 것으로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곧바로 항소했다. A 씨가 전방주시를 제대로 하지 않았고 브레이크를 제때 밟지 않은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B 씨가 무단횡단할 당시 A 씨 차량과 어느 정도 거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도 A 씨 손을 들어줬다. 인적 드문 시간대 보행신호가 적색인 상황에서 누군가 갑자기 횡단보도를 달려서 지나갈 것이라고 예상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운전자는 통상 예견되는 사태에 대비해 회피할 수 있는 정도의 주의의무를 다하면 충분하다”며 “이례적인 사태까지 예견해서 대비해야 할 의무는 없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