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키시마호 기억하는 실마리는 부산항 1부두 역사공원화 ['8000원혼' 우키시마호의 비극]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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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년 전 우키시마호 종착지에
기념비적인 역사 공원 조성 여론
각종 개발 논쟁 잠재울 계기이자
1부두 가치 보여줄 역사 콘텐츠
원형 보존하며 창의적 공간 조성
한일 민간협력 통한 평화 가치도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오른 부산항 1부두 옛 물류창고 전경. 우키시마호 폭침 사건 등 근대사를 제대로 기억하고 추모하는 역사 공간으로 1부두를 활용하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오른 부산항 1부두 옛 물류창고 전경. 우키시마호 폭침 사건 등 근대사를 제대로 기억하고 추모하는 역사 공간으로 1부두를 활용하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우키시마호가 당초 목적지 부산항으로 마지막 항해를 준비한다. 우키시마호 참사를 기억하고 추모할 기념비적인 공간을 1부두에 조성하자는 목소리가 민간 단체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1945년 8월 24일, 우키시마호가 일본 마이즈루에서 수천 명의 한국인 강제징용자, 그 가족과 함께 침몰한 지 78년 만의 일이다. 부산의 역사·건축 전문가들은 “우키시마호를 선제적 모델로 1부두의 역사공원화를 본격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부두와 우키시마호

우키시마호 사건은 세계 최대 해양 참사라는 피해 규모 측면뿐 아니라, 역사성을 보더라도 기억할 가치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근현대사 유산의 보고로 불리는 부산항 1부두 역사의 한 축을 구성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 강제징용, 광복, 귀향(귀국동포) 등의 역사가 1부두와 맥이 닿아 있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점은 1부두가 일제강점기와 광복 시기 여객선이 오가던 곳으로, 78년 전 우키시마호가 들어올 종착지였다는 것이다. 더불어 1부두가 상징하는 평화의 이미지도 담고 있다. 사건 자체는 식민지배라는 양국 간 첨예한 갈등 속에서 발생했지만, 이후 희생자를 추모하고 유해를 봉환하는 과정에는 미래지향적인 한일 민간 협력이 돋보인다.

1부두 이외에도 남구 일제강제동원역사관, 증산공원도 우키시마호 추모·역사 공간 후보지로 언급돼 왔다. 증산공원에 우키시마호를 비롯해 박차정 열사, 일신여학교 만세운동 등을 담아 독립공원으로 만들자는 의견이 있었다. 그러나 역사성, 접근성, 대내외 상황 등을 고려할 때 1부두가 가장 적합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피란수도, 국가무역 역사까지 담고 있는 1부두는 현재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돼, 원형을 보존한 역사공원화를 추진 중이다. 사실상 1부두의 가치를 보여줄 역사 콘텐츠만 담겨야 하는 상황이다.

동북아평화·우키시마호희생자추모협회 김영주 회장은 “1부두에 광복·독립 역사를 입히든, 항만의 역사를 담든 간에 우키시마호는 이를 모두 포함하는 콘텐츠”라고 말했다.

부산의 한 도시재생 전문가는 “단순히 잔디만 깔아 놓는 역사공원이 아니라, 근대기 여러 기억을 만날 수 있는 콘텐츠들이 창의적으로 담겨야 한다”면서 “1부두가 우키시마호 같은 아픔의 역사를 품는다면 진정한 역사공원이 될 것이며, 이는 유네스코 등재 취지와도 부합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부두 옛 물류창고에서 열린 부산비엔날레. 김종진 기자 kjj1761@ 지난해 1부두 옛 물류창고에서 열린 부산비엔날레. 김종진 기자 kjj1761@

■“1부두 역사공원화 기점으로”

우키시마호 추모·역사 공간은 1부두 역사공원화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 1부두와 관련해 불거지는 개발 논쟁을 잠재우고 역사공원이라는 정체성을 확립할 첫 단추가 된다. 1부두는 최근 중구청이 문화재 등록에 반대하며 문화회관, 구민 체육시설 등 주민편의시설 조성을 요구해 논란이 일었다. 최근에는 시가 도서관 등 복합문화시설을 추진해 문화유산 훼손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이에 이번 기회에 옛 물류창고를 포함한 1부두 역사공원화의 구체적인 보존·조성 계획을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부산항만공사가 소유한 1부두는 조만간 부산시로 재산권과 관리권이 넘어간다. 부산항만공사 측은 “기반 시설을 만드는 데까지가 우리 역할로, 현재 특정 콘텐츠를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동아대 김기수 석당박물관장은 “1부두를 둘러싼 원론적인 논쟁을 벗어나 먼저 유산이 갖는 가치가 무엇이고, 어떤 가치를 보존해야 하는지에 대한 종합계획부터 마련돼야 한다”며 “그 과정에서 우키시마호 사건처럼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콘텐츠를 가져와야 한다”고 말했다.

우키시마호 추모·역사 공간은 다른 역사물을 포함한 1부두 전체 디자인을 가늠할 선제적 모델로도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 국내외 전문가 공모 등을 통해 1부두의 원형을 보존하면서 역사를 창의적으로 추모하고 기억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1200평 규모의 옛 물류창고의 절제된 리모델링, 미디어아트 등을 통해 얼마든지 고정시설을 설치하지 않고도 역사를 담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전국 평가에서 처음으로 1등급을 받은 2022부산비엔날레도 1부두 창고를 활용한 창의적인 전시로 주목받았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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