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기후 변화와 미래 식량 산업 블루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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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수 국립부경대 총장

해양 생태계 급변 속 탄소중립 절실
탄소 배출 적은 친환경 수산물 중요
영양가 많은 식량 공급원 역할 가능
가치·중요성 알려 산업화 주도해야

해양 생태계가 급변하고 있다. 동해에서 오징어가 사라지고 있고, 제주 바다에 열대어가 늘고 있다. 해외에서는 투발루가 물에 잠기고 있는 등 지구가 위기에 처한 지 오래됐다. 환경 전문가들은 연간 350억t에 달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제로(0)가 되지 않으면 지구는 회생될 수 없다고 진단한다.

세계 각국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지구온난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20% 정도를 차지하는 식량 공급 산업 측면에서도 지금의 생산 체계로는 탄소중립은 물론 현재 80억 명에서 2050년 100억 명으로 늘어날 세계 인구의 식량 수요를 감당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식량 위기는 식료품 가격이 급등하는 푸드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져 우리의 식탁을 더욱 위태롭게 만들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블루푸드(Blue Food)는 친환경적 식량 공급 개념으로 해양과 내수면에서 생산된 지속 가능한 수산물을 일컫는 용어다. 이는 수산물을 기존의 단순한 식량 공급원의 하나가 아니라 환경을 파괴하지 않으면서도 인류에게 건강한 영양분을 풍부하게 제공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식품 공급원으로 바라보는 새로운 개념이다. 블루푸드는 지구 환경의 회복력을 높일 수 있는 중요한 식품 공급원으로서 점차 그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블루푸드는 육상 농·축산물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생산에 필요한 토지와 물 사용이 적으며, 특별한 사료 없이도 천혜의 자연환경으로 해조류, 어패류 등 다양한 단백질 공급원을 길러 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특히 탄소를 흡수하는 해조류의 블루카본(Carbon)의 중요성은 최근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선진국에서 해조류는 바다에서 나는 환경친화적인 채소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다시마 등 해조류를 직접 양식한 뒤 스낵으로 가공해 판매하는 스타트업 기업도 다수 등장했다. 이들의 비전은 해양 환경을 치유하고, 지구를 회복시킬 수 있는 식품을 만드는 것이다.

블루푸드는 영양학적으로도 인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잠재성이 있다. 세계적으로 건강한 식품 공급원에 대한 관심도는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블루푸드는 결핍되기 쉬운 오메가-3, 아연, 철분, 비타민 A·D·B12 등 필수 미량 영양소가 풍부하며, 칼로리가 낮고 단백질 함량이 높다. 그러므로 육류보다 건강한 단백질 공급원으로 인류에게 중요한 영양 공급원이 될 수 있다. 블루푸드의 소비 증가는 국민 건강 수준의 향상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디저트, 스낵, 라면, 육류와 육류 가공식품 등에 기인한 지방의 맛과 ‘단짠’으로 대표되는 자극적인 식품에 입맛이 길들여져 건강과 영양 상태에 적신호가 켜졌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국내 19세 이상 남성의 비만율은 2011년 35.1%에서 2021년 46.3%로 증가했다. 중·고등학생의 비만율도 남녀 모두 10년 전보다 2배가량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20~30대의 당뇨 유병률이 늘고 있으며, 특히 20대 당뇨 환자는 지난 5년간 73% 증가했다. 향후 블루푸드 소비를 늘리는 것은 우리 국민의 건강 수준을 높이고, 젊은 세대가 건강한 식품을 섭취하게 하는 중요한 대안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해외의 경우 블루푸드와 블루 이코노미(지속 가능 해양경제)의 중요성을 알리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호주는 자연 친화적인 바다와 해양 자원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세계 최대 규모의 수중 관측소를 건립하고 있다. 블루푸드와 블루 이코노미의 가치를 알리는 랜드마크 시설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 시설은 파노라마 유리창을 통해 바닷속을 유영하는 고래를 포함해 해조류, 산호 등 다양한 해양 생물의 모습을 보여 주게 된다. 또 해양연구센터를 통해 깨끗한 바다를 장려하고, 사람들에게 기후 변화에 대해 교육하는 기능을 수행할 예정이다.

향후 우리나라가 블루푸드 산업의 주도국이 돼 세계의 블루 이코노미를 이끌기 위해서는 블루푸드에 친숙한 환경을 만들고, 국내외에 블루푸드의 중요성을 알리는 노력이 중요하다. 따라서 우리의 대표적 친환경 양식 수산물인 김, 미역, 다시마, 굴 등 해조류와 어패류의 가치를 국민과 전 세계인들에게 적극 홍보해야 한다. 또한 사람들이 블루푸드가 바닷속에서 길러지는 모습을 보며 먹고 체험하는 등 통합적인 경험이 가능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블루푸드는 사회·경제·환경적 가치가 높은데도 지금까지 제대로 된 주목을 받지 못했다. 블루푸드가 새로운 우수 식품으로 가치를 인정받는 블루푸드 시대의 중심에 한국과 부산이 우뚝 서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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