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MoCA, 오늘 만나는 미술] 기후위기 시대, 인간이 욕망하는 지속가능한 삶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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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연 ‘끝의 종’

김효연(1986~) 작가는 다큐멘터리 영상과 사진 매체를 중심으로 역사적 과거로서 핵전쟁이 개인과 집단으로서 인간 존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고찰하는 작업을 지속해 왔다.

‘끝의 종’ 프로젝트는 부산현대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전시 ‘자연에 대한 공상적 시나리오’ 커미션으로 제작됐다. 기후변화로 인한 기후전쟁의 위협이 감지되는 오늘날, 작가는 미래를 현재의 차원으로 가져오려 분투하는 인간 행위에 주목한다. 그리고 과연 인간이 욕망하는 지속 가능한 삶이란 무엇인가를 질문한다.

작가는 2년 전부터 국제종자보관소 시드볼트 조사에 착수하며 작품 제작을 준비했다. 프로젝트는 두 편의 영상 작품 ‘끝의 종’ ‘썸머드라이브’(2023)와 한 점의 사진 작품 ‘자연 Ⅱ’(2022, 2023 인화)로 구성된다. ‘끝의 종’은 2채널 영상 작품이다. 노르웨이 스발바르 시드볼트는 모든 지구 대재앙 상황을 전제하며, 몇 세기 후에도 소생될 수 있는 씨앗을 영구보존·수집한다.

인류 생존 실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상징적 기관인 시드볼트는 현대판 ‘노아의 방주’라 불린다. 현재 지구상에 단 두 곳, 북극 스발바르제도와 한국 봉화의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 건립되어 있다. 국가보안시설로 지정된 이곳의 목표는 반입된 종자가 여러 이유로 멸종했을 경우, 이를 다시 재배하여 부활시키기 위해서이다.

영상은 환경문제와 기후변화뿐 아니라 전쟁, 자본주의 상품 논리에 의해 생물다양성이 감소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동시에 지구가 더 이상 인간에게 생존 불가능한 상태가 되었을 때 결국 남겨질 이 씨앗을 누가 어떻게 대지 위에 다시 심을 것인가도 질문한다. 의미심장한 질문에는 환경·사회·정치·경제·군사적 관계망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썸머드라이브’는 인간이 살 수 있는 지역 중 가장 북극에 위치한 룽이어뷔엔 마을의 도로를 주행하며 지구 온난화에 의한 기후변화를 보여준다. 이미 급격하게 달라진 마을의 풍경이 재생되는 동안, 기온도 점차 상승한다. 자동차가 막다른 길에 멈춰 섰을 때 마을의 기온은 ‘11.6℃’에 이른다. 이는 2019년 기후학자들이 발표한 ‘스발바르 기후 2100’(2019) 보고서가 경고한 한 세기 이후 북극점의 온도이다. 끝을 모르고 올라가는 추상적인 숫자에는 착취의 대상이었던 자연에 대한 인간의 역사가 은밀하게 감춰져 있다.

인간은 오래전부터 지구 행성을 대체할 제2의 지구, 제2의 생물권, 제2의 자연을 생산하려 시도해왔다. 여기에는 지구와 함께 살아가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지구를 언제나 버릴 수 있는 대상으로 간주하는, 자연에 대한 인간의 지배 욕망이 근원적으로 도사리고 있다.

김태인 부산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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