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계좌번호는 농협 XXX” 숨진 교사에 받은 돈 더 있었다

박정미 부산닷컴기자 like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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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영승 교사. MBC 보도화면 캡처 고 이영승 교사. MBC 보도화면 캡처

경기 의정부시 호원초에서 발생한, 이른바 '페트병 사건'의 학부모가 고 이영승 교사로부터 받아낸 돈이 '400만 원 이상'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자녀 치료비 명목으로 수백 만 원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 해당 학부모 측은 그간 "돈을 요구한 적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지난 28일 MBC는 이 교사와 학부모 A 씨가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를 공개했다. 매체 보도에 따르면 2021년 12월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한 이 교사가 생전 '페트병 사건' 학부모 A 씨에게 2019년 4월부터 11월까지 매달 50만원씩 총 400만 원을 송금하기에 앞서 같은 해 3월 1차 성형수술비 100만 원을 이미 지급했다는 메시지 기록이 발견됐다.

'페트병 사건'은 이 교사가 호원초등학교에 부임한 첫 해인 2016년 발생했다. 그가 담임을 맡았던 6학년 모 학생이 수업 도중 페트병을 자르다가 커터 칼에 손을 베인 것.

학교안전공제회는 2017·2019년 2회에 걸쳐 학부모 A 씨에게 약 200만 원의 보상비를 지급했다. 그러나 학부모 측은 휴직 후 군에 입대했던 이 교사에게 지속적으로 연락을 취했다.

이 교사는 2018년 2월에 한 번, 3월 휴가 때 세 번, 6월에도 휴가를 내고 A 씨를 만난 것으로 파악됐다.

A 씨는 2019년 2월 자녀의 1차 수술이 끝난 후 이 교사에게 사진 2장을 보내면서 "오늘 1차 수술받았다. 내일 또 병원에 방문한다. 참 힘들다"라며 "문자 보면 연락 달라"고 했다.

이 교사는 '죄송하다'는 말을 4번 반복하며 "혹시 계좌번호 하나만 받을 수 있겠느냐. 너무 죄송하고 미안한데 정신적, 심적 의지가 못 되어 드리니 50만 원씩 10달 동안 도움 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수술 열흘 뒤인 2019년 2월 28일 이 교사는 A 씨에게 "어머님~ 계좌번호 보내주세요. 주말 동안에 보낼게요~!"라는 문자를 보냈고, 이에 A 씨는 "선생님 감사합니다. 농협 XXX-XXX(계좌번호), OOO(이름)입니다. 즐건 휴일 되세요"라고 답장을 보냈다. 이후 다시 열흘 뒤인 같은해 3월 11일 A 씨는 "치료비를 송금해줘서 감사드립니다. 수술 잘 됐다 하네요. 저두 좀 마음이 놓이네요. 조만간 연락드릴게요"라는 문자를 보냈다.

두 사람이 주고받은 문자기록으로 유추해 봤을 때 이 교사는 1차 성형수술비 100만 원을 주말인 3월 2일과 3일 사이에 먼저 보낸 것으로 보인다. 이후에도 이 교사는 2019년 4월부터 11월까지 200만원도 안 되는 월급을 쪼개 매달 50만원씩 8차례, 총 400만원을 치료비 명목으로 A 씨에게 송금함으로써 총 500만 원을 지급한 것으로 추정된다.


고 이영승 교사가 학부모로부터 받은 문자 메시지 기. MBC 보도화면 캡처 고 이영승 교사가 학부모로부터 받은 문자 메시지 기. MBC 보도화면 캡처

그럼에도 A 씨는 2019년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2차 수술을 할 예정이다. 시간 되면 전화 부탁드린다"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후 이 교사는 A 씨와 7분27초간 통화한 사실도 파악됐다.

A 씨는 돈 요구 의혹에 대해 "고인에게 치료비를 요구한 사실이 없다"면서 "조만간 입장을 정리해서 내놓겠다"고 한 매체를 통해 밝힌 바 있다. 서울의 한 농협 부지점장으로 알려진 A 씨는 현재 대기발령을 받고 직무가 정지된 상태다.

이 교사 유족의 법률대리인은 "'돈을 달라'라고 하는 직접적인 표현이 없더라도, 그 당사자가 공포심을 느껴서 의무 없는 일을 하게 만들 정도로 구성이 됐다면 그건 협박에 해당한다고 본다"고 전했다.

한편 경찰은 이 교사가 A 씨 외에도 2명의 학부모로부터 교육활동 침해를 당했다는 정황을 포착했다. 이 교사의 휴대전화 2대를 확보한 경찰은 추석 연휴 이후 해당 학부모 등 3명을 소환할 계획이다.


박정미 부산닷컴기자 like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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