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GDP대비 가계부채 5년간 92→108%…26개국中 최고 증가폭

황상욱 기자 eye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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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담보대출 안내문. 연합뉴스 제공 주택담보대출 안내문. 연합뉴스 제공

우리나라의 가계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을 웃도는 규모로 가파르게 불어나면서 비교가능한 26개국 가운데 최고 증가율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부채까지 급증하면서 민간부문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형국이다. 중앙정부 역시 부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글로벌 고금리의 장기화가 예고되면서 한국경제 3대 주체 모두 리스크 관리에 비상등이 켜진 모습이다.

3일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업데이트한 '세계부채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해 108.1%를 기록했다. 5년 전인 2017년(92.0%)보다는 16.2%포인트(P) 증가했다. 민간부채(가계·기업) 데이터가 집계되는 26개국 중에서 유일하게 두자릿수대 증가폭이다.

한국에 이어 슬로바키아 9.1%P, 일본 7.7%P, 요르단 6.0%P, 룩셈부르크 3.9%P, 칠레 2.8%P, 스위스 2.5%P, 독일 2.3%P 순이었다. 미국(79.5→77.0%)을 비롯해 캐나다, 네덜란드, 영국, 오스트리아, 덴마크, 노르웨이, 포르투갈, 그리스, 아일랜드, 폴란드 등은 가계부채 비중이 감소했다. 한국의 가계부채 비중이 빠르게 늘면서 절대 수준도 스위스(130.6%)에 이어 2위로 뛰어올랐다. 2017년에는 26개국 중 7위였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경제연구실장은 "저금리 속에서 주택담보대출이 많이 늘어난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면서 "대량으로 주택담보대출이 이뤄지는 우리나라 특유의 주택구입 시스템과 맞물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부채도 가계부채 못지않게 빠른 속도로 불어나고 있다. 한국의 GDP 대비 비금융 기업부채 비율은 2017년 147.0%에서 지난해 173.6%로 26.6%P 증가했다. 룩셈부르크(38.0%P)에 이어 두 번째 증가폭이다.

IMF가 한국의 기업부채 데이터를 처음 집계한 2008년 152.6%를 시작으로 2009년 160.0%로 늘었다가, 2010~2016년 150%대 초중반에서 등락했다. 2017년 147.0%로 낮아졌다가 2018년 149.8%, 2019년 154.9%, 2020년 164.8%, 2021년 166.8% 등으로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연세대 성태윤 경제학과 교수는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이 이뤄지면서 기업부채가 줄어들기는 했지만, 기업들의 사정이 악화하면서 점차 늘어나고 있다"며 "현금창출 능력이 떨어지는 회사들의 부채 증가가 상당히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가계부채와 기업부채가 급증하면서 GDP 대비 민간부채(가계+기업) 비율 역시 초고속으로 상승했다. 한국의 민간부채의 비율은 2017년 238.9%에서 지난해 281.7%로 42.8%P 상승했다. 이는 데이터 확인이 가능한 26개국 중 가장 높은 증가 폭이다. 2017년 한국의 GDP 대비 민간부채 비율은 전체 11위였지만, 가파른 상승세로 매년 순위를 끌어올리면서 지난해에는 전체 2위로 올라섰다.

경제의 버팀목 격인 중앙정부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부채에 직면해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정부 부채는 GDP 대비 54.3%를 기록했다. 2017년 40.1%보다 14.2%P 증가한 수치다. 정부부채 증가폭은 비교가능한 87개 가운데 16번째를 기록했다.

절대 비율에서는 GDP의 절반 수준으로, 일본(261.3%)·이탈리아(144.4%)·미국(121.4%)·프랑스(111.7%)·캐나다(106.6%)·영국(101.4%)·독일(66.5%) 등 주요7개국(G7) 국가들과 비교하면 낮은 편이다. 다만 달러, 엔화, 유로화, 파운드화 같은 기축통화 보유국과 단순 비교하기 어려운 데다, 우리 정부부채의 대외채무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상욱 기자 eye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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