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국 반도체 수출통제’ EU도 추진
첨단기술 무기화할 위험성 평가
사실상 중국 겨냥 수출통제 수순
미는 AI용 칩 등 추가 조치 예정
유럽연합(EU)이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반도체 등 첨단기술 수출통제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로이터통신이 2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EU의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EU와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국가들이 반도체, 인공지능(AI), 양자, 바이오 등 4대 첨단기술을 무기화할 위험성을 평가할 계획이다. EU 집행위는 연말까지 평가를 마친 뒤 내년에는 평가에서 드러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에 나서기로 했다.
해당 조치에는 이들 핵심 기술의 수출통제나 EU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의 제휴가 포함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추구하는 가치가 다른 국가는 인권, 법치, 민주주의 등 서방의 국가 운영 지향점과 거리를 두는 권위주의 국가를 지칭한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중국의 세력확장 견제를 위한 대외정책을 펼 때 이같은 표현을 수시로 사용해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리는 로이터통신에 “집행위가 올해 말을 시한으로 삼아 회원국들과 이들 4개 기술의 위험을 평가할 것”이라며 “다음 단계는 내년에 그 위험 요인을 줄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집행위의 이 같은 행보는 EU 경제안보전략의 일부이며, 점점 확대되고 있는 중국의 영향력을 우려하는 미국, 호주 등 국가들의 비슷한 대책을 따라가는 것이라고 논평했다.
EU는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공급망 파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에너지 위기를 겪은 뒤 중국 등에 대한 핵심 제품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수년째 노력해왔다.
앞서 미국은 자국 기술을 쓰는 첨단 반도체 장비나 인공지능 칩의 중국 수출을 포괄적으로 제한하는 규제를 지난해 10월 발표한 바 있다. 미국은 자체적인 수출통제를 넘어 반도체 장비 강국인 일본과 네덜란드의 동참을 끌어내기도 했다.
중국의 첨단기술 독립 노력이 거세지는 가운데 미국은 또 중국 반도체 장비와 AI용 칩에 대한 추가적인 수출통제 조치를 조만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이르면 이달 초 대중국 반도체 장비 등에 대한 수출통제를 업데이트할 수 있음을 중국 측에 경고했다.
다만 이런 조치는 한국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는 게 한국 정부의 판단이다. 한국 기업이 AI 등에 사용되는 반도체를 제조하지 않는 데다 반도체 장비 반입에 대해서는 무기한 유예 방침이 사실상 확정됐기 때문이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