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코리아 부산공장, 5일부터 ‘고난의 행군’
판매 실적 부진에 재고 증가
내년 6월 신차 발매 전까지
2개조서 1개조로 전환 합의
노사 “강제 순환휴직 않기로”
판매 부진에 힘겨워하던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이 2년 만에 다시 ‘고난의 행군’을 시작하게 됐다.
르노코리아 노사는 “5일부터 부산공장의 주야 2교대 근무를 중지하고 전원 오전 7시에 출근해 오후 3시 45분 퇴근하는 ‘원 시프트’ 방식으로 운영한다”고 3일 밝혔다.
르노코리아의 원 시프트 결정은 2021년 이후 2년 만이다. 이번에는 내년 5월 말까지 7개월간 시한부로 진행될 방침이다. 그러나 부산 유일의 완성차 공장이 내년 중반까지 이어지는 생산량 감축에 들어가면서 관련 자동차업계에도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의 원 시프트 결정은 국내 판매 부진과 재고 물량 증가에 대한 고육책이다.
지난달까지는 국내외 판매량에 맞춰 휴업일을 늘려왔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해 공장 내 유휴인력을 줄이고 생산량까지 축소시켜야 한다는 의미다.
르노코리아는 올해(1월~7월) 내수 판매실적이 1만 3975대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54% 이상 급감한 수치다.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던 XM3 이후 신차 발매가 이어지지 못하면서 신차 선호도가 높은 국내 시장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3월 야심차게 내놓은 QM6의 부분변경 모델도 판매 실적도 예상보다 밑돌고 있다.
이 기간 부산공장은 비가동 휴업일을 늘리는 식으로 대응해 왔지만 이마저도 한계에 도달했다.
앞서 르노코리아는 프랑스 본사와 함께 1조 원 규모의 투자를 통해 부산공장을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병행 생산기지로 전환할 계획을 세웠다. 공장 가동률이 50% 안팎에 머물자 비어 있는 라인에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전기차 물량을 받아와 연간 20만 대를 생산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실제로 2000년대 초반 부산공장은 수년간 닛산의 로그 물량을 위탁생산하며 큰 재미를 보기도 했다. 그러나 공장 가동 물량을 확보하려던 르노코리아의 시도가 국산 배터리 수급 문제로 난항(부산일보 8월 29일자 8면 보도)을 빚고 있어 이마저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결국, 르노코리아는 부산공장에는 생산 라인을 낮시간 근무 A조와 밤시간 근무 B조, 2개조로 나눠 시간당 90대를 생산하던 방식을 중지하고 전원 낮시간 근무하며 시간당 60대를 생산해 물량을 30% 감축하게 됐다. 르노코리아 노조는 “물류 등에서 계약직 직원의 계약기간 종료에 맞춰 정규직 직원이 파견 형식으로 공정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며 “2년 전과는 달리 수백 명 씩 강제성 있는 순환휴직으로 하지 않기로 사측과 합의를 마쳤다”고 전했다.
부산공장은 내년 중순 이후 신차 발매가 예정되어 있어 7개월 간의 고통만 감내하면 다시 생산라인을 본격적으로 가동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 신형 하이브리드 차량을 발매하는 르노코리아의 ‘오로라 프로젝트’는 막바지 단계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르노코리아 관계자는 “어려운 시기를 맞아 순환휴직은 하지 않는 조건으로 부산공장의 가동 효율을 좀더 탄력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며 “신차 발매 전까지 구형 모델을 생산하는 힘든 시기에 노사가 서로 고통을 일정 부분 같이 감수하기로 합의를 했다”고 밝혔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