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덕꾸러기’ 통영VR존, 적자 안고 ‘울며 겨자 먹기’ 개관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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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휴관 해제 이달 말께 문 열어
손실 지속 불구 운영 재개 불가피
국비 시설 내용연수 5년 채워야
시, 향후 폐관·타 용도로 교체 가닥
‘묻지 마 공모 따내기’ 폐해 부작용

적자 누적으로 지난 1월부터 임시휴관에 들어간 통영VR존이 정부시설의 내용연수를 채우기 위해 이르면 이달 말께 운영을 재개한다. 적자 누적으로 지난 1월부터 임시휴관에 들어간 통영VR존이 정부시설의 내용연수를 채우기 위해 이르면 이달 말께 운영을 재개한다.

경남 통영시가 국비 등 50억 원을 투입하고도 참담한 실적에 개관 3년 만에 폐관 수순을 밟던 ‘삼도수군통제영 실감콘텐츠 체험존(통영VR존)’(부산일보 6월 12일 자 11면 보도)이 조만간 운영을 재개한다. 끝 모를 적자가 뻔한데도, 정부 지원 시설이라 당장은 폐쇄가 불가능해 당분간 단축 운영하며 손실 최소화에 집중하기로 했다.

10일 통영시에 따르면 경영난으로 지난 1월부터 임시휴관 중인 통영VR존이 이달 말께 다시 문을 연다. 현재 장기 휴장에 따른 내부 시설 재가동 준비와 천장 방수 공사 등을 진행하며 재개관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통영VR존은 최신 4D 가상현실(VR) 기술을 활용해 통영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체감해 보는 시설이다. 2018년 문화체육관광부의 고용산업위기지역 문화콘텐츠 지원 사업을 토대로 국비 25억 원에 도비 7억 5000만 원, 시비 17억 5000만 원을 들여 2020년 5월 개장했다.

옛 통영시향토역사관을 리모델링해 1층은 통영관광체험, 2층은 역사문화체험, 3층은 옥상 휴게공간으로 꾸몄다. 한산대첩과 해저탐험 등 통영 역사와 문화를 바탕으로 제작한 11가지 콘텐츠를 갖췄다. 운영은 통영관광개발공사가 맡았다. 당시 공사는 연평균 이용자 10만 명을 예상하며 “역사에 대한 자긍심을 높이면서 첨단 산업을 선도하고 발전시키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적자 누적으로 지난 1월부터 임시휴관에 들어간 통영VR존이 정부시설의 내용연수를 채우기 위해 이르면 이달 말께 운영을 재개한다. 적자 누적으로 지난 1월부터 임시휴관에 들어간 통영VR존이 정부시설의 내용연수를 채우기 위해 이르면 이달 말께 운영을 재개한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이용자 반응은 냉담했다. 최소 운영비라도 맞추려면 하루 최소 50명, 연간 1만 8000여 명은 이용해야 한다. 그런데 개장 후 3년간 이용자를 합쳐도 1만 2000여 명에 불과했다. 하루 평균 17.8(평일 15명, 주말 25명) 꼴이다. 이 때문에 내내 적자에 허덕였다. 첫해 1억 원, 이듬해 1억 3800만 원, 지난해 1억 3900만 원 적자를 기록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바이러스 감염에 취약한 실내 체험 시설이라 코로나 팬데믹에 직격탄을 맞았다. 비싼 이용료도 발목을 잡았다. 성인 기준 VR 콘텐츠 1개 이용 요금이 8000원, 13~18세 청소년과 만 6~12세 어린이는 각각 7000원, 6000원이다. 반면 체험 시간은 4∼5분 정도로 짧은 데다, 영상도 조잡해 ‘돈값을 못 한다’는 혹평이 잇따랐다.

결국 시는 지난 1월 공사와 위탁 기간이 종료되자 6개월 임시 휴관과 함께 운영 개선 정밀진단에 착수했다. 컨설팅을 맡은 한국경제정책연구원은 현행 유지 시 적자 운영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때문에 단기적으로 비·성수기 운영일을 탄력적으로 조절해 손실을 최소화하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정책·법률 등 제반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폐쇄 여부를 결정, 타 시설로 교체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제언했다. 이를 토대로 사실상 폐관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러나 정부 공모사업 시설은 내용연수 5년을 채워야 처분할 수 있다. 기한 전 폐기 시 주무 부처 사전 승인을 받거나 국비를 반납해야 한다. 통영VR존은 2025년까지다. 이때까지는 울며 겨자 먹기로 운영해야 한다. ‘국비 준다니 일단 신청하고 보자’는 묻지 마 공모사업 따내기의 폐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시는 적자가 뻔해 공사나 민간에 위탁하기는 어렵다고 판단, 일단 직영하며 내용연수를 충족한 뒤 처분 방안을 결정하기로 했다. 특히 운영 횟수를 주 3회(금·토·일요일)로 줄이고, 선호도가 높은 기기만 가동해 운영비용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통영시 관계자는 “관리 인원을 줄이는 등 최소 비용으로 재개장해 효율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시설 폐쇄 등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글·사진=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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