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살만 왕세자 팔레스타인 지지 선언, 엑스포 막판 변수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중동 무력 충돌 엑스포에 불똥
“팔레스타인 국민 편에 서겠다”
사우디 왕세자 중대 외교 발언
테러 규탄 국가 표심에 영향
부산 지지세 확대엔 도움 될 듯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로이터연합뉴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사이에 무력 충돌이 발생하자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10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국민 편에 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사태가 2030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부산 유치에도 중대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월드엑스포 개최지 결정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최대 경쟁국인 사우디의 빈 살만 왕세자가 외교적으로 중대한 발언을 한 것이어서 판세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0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빈 살만 왕세자의 팔레스타인 지지 발언은 월드엑스포 유치 경쟁을 벌이는 부산의 입장에서는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우선, 미국을 비롯한 유럽 대부분 국가가 전통적으로 이스라엘을 지지하기 때문에 팔레스타인을 지지하겠다고 밝힌 사우디와는 대척점에 서 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5개국은 지난 9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을 ‘테러’로 규탄하며 이스라엘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들은 공동성명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견고하고 단합된 지지를 표명하고, 하마스와 하마스의 테러 행동에 대한 분명한 규탄을 표명한다'고 명시했다.

부산시 2030엑스포추진본부 관계자는 “한국의 최대 경쟁국인 사우디와 엎치락뒤치락하는 판세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국제박람회기구 회원국의 한 표, 한 표가 매우 중요하다. 결정적인 변수는 되지 않더라도,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국가 입장에서는 월드엑스포 개최지 결정 투표 때 사우디를 찍을지 다시 한번 고심하는 상황이 될 것이다. 부산은 이를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부산연구원 오재환 부원장은 “중동 이슬람 국가들의 결속이 사우디를 중심으로 더 강화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이슬람 국가들은 어차피 부산이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 국가들이 아니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덜 중요하다. 대신 아프리카, 태평양도서국, 중남미 등 캐스팅보트 국가들이 사우디보다 한국의 포용과 자유, 협력과 연대라는 가치에 더 우호적일 수 있어 지지세 확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세계의 화약고’로 불리는 중동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무력 충돌이 장기화되고 격화될 경우 변수는 더 크게 작용할 수 있다.

부산외국어대 지중해지역원 윤용수 원장은 “월드엑스포 개최 시기인 2030년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있지만, 중동 전쟁이 격화될 경우 사우디 입장에서도 신경이 쓰일 것”이라며 “현재 무력 충돌이 발생한 가자지구는 요르단을 사이에 끼고 있지만 사우디와의 거리가 멀지 않다. 특히 네옴시티는 가자지구와 500km 정도 떨어져 있는 데 불과해 확전 땐 불안감을 가중시켜 월드엑스포 유치에 악조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윤 원장은 “빈 살만은 하마스가 아닌 팔레스타인 국민 편에 서겠다고 말했다. 이후 사우디를 비롯한 아랍국가들이 중재를 어떤 식으로 해 나갈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부산시와 정부 유치위원회는 중동의 한국 대사관과 프랑스 파리의 유치교섭본부 등을 통해 중동의 무력 충돌 상황이 월드엑스포 유치에 어느 정도 변수가 될지 실태 파악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