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총선 체제 조기 전환… 민주, 비명계 포용 여부 ‘촉각’
서울 강서구청장 보선 후폭풍
국힘, 긴급 최고위서 대책 논의
수도권 총선 전략에 당력 집중
총선기획단 발족 체질 개선 추진
민주, ‘이재명 체제’ 공고화 전망
낮은 자세로 민생 문제 해결 초점
‘비명계 숙청’ 당장은 없을 듯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다. 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되자 당 관계자가 출입문을 닫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17%포인트(P) 이상 차이로 ‘참패’하면서 내년 총선을 앞둔 여당이 위기에 직면했다.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 민심의 ‘빨간불’을 확인하면서 총선 전략 마련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당 구심력을 키우며 대여 고삐를 더욱 죈 민주당은 ‘당 통합’ 여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13일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이번 보궐선거 결과에 따른 내년 총선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현 상황으론 내년 총선도 어려울 수 있다는 위기감 속에 여권 내 쇄신론이 본격적으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그간 흘러나온 ‘수도권 위기론’이 이번 선거를 계기로 현실화한 만큼 수도권 맞춤형 전략과 함께 내년 총선을 위한 체질 개선 전략을 마련하는 데 당력을 집중할 전망이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12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선거의 패인을 냉철히 분석하고 총선 승리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총선 승리 의지를 내세웠다.
국민의힘 지도부 책임론 또한 피해 가기 어려워진 만큼 당은 우선 총선 체제로 조기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 내년 총선이 6개월 앞으로 다가온 데다 공천 혁신 등 요구가 빗발치는 만큼 현 지도부 체제를 유지하면서 총선 모드로 진입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강서구청장 보선 패배 여파로 일각에서 제기하는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참패의 책임을 모두 지도부에 지우기 어려운 데다 험지에서의 패배를 총선 수도권 민심의 가늠자로 보기 어렵다는 인식도 상당해 당장 지도부 교체나 비대위 체제 전환 등의 급격한 변화는 없을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강서구청장 보선 패배로 지도 체제를 개편하라는 건 너무 심한 이야기”라며 “앞으로 변화와 혁신의 물꼬를 선제적으로 치고 나가면 된다”고 말했다. 앞으로 국민의힘은 인재 영입과 당무 감사 등으로 조기 총선 모드에 돌입하고 조만간 총선기획단 발족으로 공천 밑그림을 그려 나갈 방침이다. 당장은 ‘수도권 위기론’ 대안을 수립하는 게 급한 숙제로 떠올랐다.
반면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데 이어 이번 보궐선거까지 승리하면서 ‘이재명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할 발판을 마련했다. 민주당 내에선 낮은 자세를 유지하며 더욱 적극적으로 민생을 살피겠다는 쪽에 초점을 맞췄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12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강서구청장 보선 결과에 대해 “국민이 주신 기회를 겸허히 받들겠다”고 말했다. 향후 이 대표가 총선을 앞두고 비명(비이재명)계와 관계를 어떻게 정립할지도 관심사다. 당내에서는 이 대표가 숨통을 튼 만큼 당장은 비명계를 향해 칼을 휘두르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계파 갈등이 총선 전 당내 숙제로 꼽히면서 공천 등을 통해 내부 정리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재명 대표는 “위기를 극복하고 국가와 국민의 더 나은 미래를 개척해 가겠다”며 “오로지 국리민복만을 위해 경쟁하는, 진정한 의미의 정치가 복원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물론 부산 민주당 현역 3인방의 사례처럼 수차례 재도전을 통해 지역 기반을 닦은 배 전 의원의 경쟁력을 능가할 후보를 찾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