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어리 집단폐사 원인, 어선 고의 투기 ‘모락모락’
남해 앞바다서 지난달 5t 발견
수과원, 해조류·병원체 등 조사
산소부족 질식 정황 발견 못해
‘경제성 없어 버렸다’ 잠정 결론
당국, 선망협회 측에 주의 당부
지난달 23일 경남 남해군 앞바다에서 발생한 정어리 집단 폐사 원인이 통상 제기돼 온 ‘산소 부족’이 아닌 어선에서 고의로 버렸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남해군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설천면 동흥방파제 인근 해상에서 정어리 5t 정도가 폐사된 채 발견됐다. 방파제 둑을 따라 정어리 사체가 일렬로 긴 띠를 이룬 상태였는데, 당시 경남수렵인 참여연대 남해지회가 현장을 보고 군에 신고했다.
군은 곧바로 공무원 120명과 어민 20명, 어선 2척, 트랙터 2대, 경운기 1대 등을 동원해 정어리 폐사체를 모두 수거하는 한편, 국립수산과학원과 함께 폐사 원인 조사에 착수했다.
당초에는 폐사 원인으로 ‘산소 부족에 의한 질식’이 지목됐다. 앞서 수과원이 발표한 지난해 마산·진해만 일대 정어리 집단 폐사의 주원인이기도 하다.
수과원은 지난해 집단 폐사 당시 마산·진해만에 대한 산소포화도 조사와 해조류 분석, 탐문조사, 질병조사, 종 동정 조사 등을 광범위하게 진행했다. 그 결과 대부분 정어리 폐사였지만 일부 멸치와 돔류 등 다른 종이 일부 혼재돼 있었으며, 대량 폐사에 영향을 줄 정도의 병원체는 검출되지 않았다는 점을 파악했다.
다만 용존산소 농도가 극히 낮은 산소부족 물덩어리(빈산소수괴)가 수심 4m층부터 바닥층까지 관측됐으며, 특히 산소가 부족할 때 생기는 현상인 ‘입 벌린 폐사체’가 다수 발견됨에 따라 사실상 산소 부족에 의한 질식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올해 조사 결과는 달랐다. 지난달 남해 앞바다 정어리 폐사 원인은 지난해와 같은 산소 부족이 아닌 것으로 결론 내려졌다.
지난해에는 마산·진해만 해역의 좁은 길목을 따라 정어리 떼가 이동한 반면 올해는 비교적 넓은 해역에서 폐사가 발생했다. 해당 해역에서 산소 부족으로 폐사가 발생한다면 다른 어종, 특히 용존산소에 더 민감한 패류나 저서어류도 피해가 나야 하지만 유독 정어리만 피해를 입은 상태다. 실제 해당 해역의 용존산소량은 적정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었으며, 질병도 따로 검출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군과 수과원은 폐사 원인이 산소 부족이 아닌, 어선들의 해상 투기로 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지난달 집단 폐사가 있기 직전 전어 선망들이 강진만에서 대거 조업을 진행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전어 가격이 급등하면서 집중 조업이 펼쳐진 건데, 이런 상황에서 ‘돈이 안 되는’ 정어리는 사실상 방해꾼에 가깝다. 양이 워낙 많아 선망 내 보관도 어렵고, 잡아 오더라도 이미 수협 냉동공장 수용량을 넘어서 위판도 불가능하다. 집단 폐사가 발생할 것을 알지만 별다른 대안이 없다 보니 그대로 방류하는 것이다.
당시 일부 선망에서 정어리를 잡는 것을 목격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국립수산과학원 관계자는 “지난해 집단 폐사 원인과는 상황이 다르다. 또한 정어리를 버렸다는 증언도 있었다. 어선들로선 살아 있을 때 방류하는 거지만 일단 그물에 한 번 걸린 정어리는 다시 바다로 돌려보내지더라도 살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 원인은 복합적이지만 현재로선 어민들이 버린 것이 죽어서 떠오른 것이라고 추정된다”고 말했다.
해경은 정어리 폐사 이후 전어잡이 선망들을 계도 조치했다. 남해군 역시 선망협회 측에 내용을 전달하고 주의를 당부했다. 만약 선망이 정어리를 잡은 뒤 폐사체를 버릴 경우 해양환경관리법 제22조 오염물질 배출금지 조항 등에 따라 벌금 또는 징역의 처벌이 가능하다.
군 관계자는 “정어리가 대량 폐사할 경우 해양오염은 물론이고 악취가 나기 때문에 관광산업은 물론 어업에도 막대한 악영향을 미친다. 일단 선망협회 측에 상황을 설명하고 재발 시 처벌하겠다고 주의를 줬다. 그 이후에는 아직까지 집단 폐사는 없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