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줄 ‘라파 통로’ 개방에 이집트 난색
봉쇄된 가자지구 유일 외부 통로
물자 제공하되 난민 입국은 불허
안보 위협, ‘2개 국가’ 무산 우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봉쇄하고 대피령을 내리면서 남쪽 이집트를 연결하는 ‘라파 통로’가 가자 주민들의 생명줄이 되고 있지만 통로가 열릴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외신들이 지난 13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미 CNN방송과 일간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봉쇄된 가자지구 공격을 계속하면서 지상 작전을 경고한 와중에도 이집트는 가자지구 라파 통로와 연결되는 자국 국경 개방을 거부하고 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이집트 당국은 오히려 가자지구와의 국경을 따라 군사력을 증강 배치하고, 임시 시멘트 장벽까지 설치했다.
이스라엘이 국경 통로 두 곳을 폐쇄하고 가자지구를 완전히 봉쇄하면서 라파는 팔레스타인인들을 밖으로 내보내거나 구호 물자를 받아들일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됐다.
이집트 정부는 이스라엘이 식량·연료·물 공급을 차단한 가자지구에 긴급 물자를 제공하기 위해 인도주의 통로를 개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가자 주민들이 자국으로 대거 입국하는 것에는 완강히 반대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난민의 대규모 유입이 이미 심각한 경제위기에 직면해 있는 이집트에 상당한 정치·안보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집트는 이미 수단, 시리아, 예멘, 리비아 출신 난민 900만 명을 수용하고 있다. 무장정파 하마스 전투원들이 난민들 사이에 끼어 이집트로 들어오거나 이들과 함께 무기가 유입돼 시나이 반도 정세가 불안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동시에 대규모 가자 주민들에 대한 피난 허용이 이들의 영구 이주로 이어져 원래 정착지에 ‘이스라엘-팔레스타인 2개 국가’를 수립한다는 아랍권 전체의 구상을 무산시킬 수 있다는 전망도 난민 허용을 꺼리게 하고 있다.
실제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지난 12일 “팔레스타인의 대의(2개 국가 창설 구상)는 모든 아랍인의 대의이며 팔레스타인인들은 자신들 땅에 머물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