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노출 알바사이트, 성매매 공급책 위한 ‘영업 장부’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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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부른 구직 플랫폼

가해남성, 여성 1000여 명에 접근
20개월간 아무런 제재 없이 범행
위장 성매매 신고에도 조치 없어
구직자 물색 손쉬운 온라인 악용
성매매 인력 공급 생태계도 조성

스터디카페 알바 미끼 성범죄 사건(부산일보 9월 6일 자 1면 등 보도)의 가해 남성이 1000여 명의 여성 구직자에게 접근하는 등 광범위하고 대범하게 범행을 저지른 사실이 드러나면서, 성매매업소의 유인 수법이 사실상 방치된 사실이 재차 확인됐다.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탓에 업소에 전문적으로 인력을 공급하는 ‘구인 생태계’까지 생겨나, 구직자들이 성매매 유인과 성폭력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다.

■부산 20대 여성 구직자, 누구든지 표적

15일 검경의 수사 결과에 따르면, 가해자 남성 40대 A 씨는 2021년 12월부터 올해 8월까지 온라인 구인구직 사이트에 구직 이력서를 올린 1000여 명의 여성에게 연락해 스터디카페 아르바이트를 제안했고, 280여 명가량을 면접해 40~50명을 인근 키스방 등으로 데려갔다. 이후 최소 6명의 구직자에게 성폭력을 일삼았고, 수사 기관은 신고하지 않은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개월가량의 범행 기간 동안 A 씨는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시스템으론 장기간 일반 아르바이트로 속여 여성을 불러내 성매매로 유인하는 행위를 걸러 낼 수 없는 셈이다. 사이트에서는 성매매 업소가 활동하지 않도록 여러 제한을 두지만, 문제의 키스방은 전기통신사업자로 등록돼 있어 이를 피해 갔다. 성매매 알선 자체는 직업안정법 위반에 해당하지만, 사이트 측에서 이를 확인해 형사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실제로 올해 초 A 씨가 스터디카페 아르바이트로 위장해 성매매를 제안했다는 신고가 사이트 측에 들어왔지만, 이후 후속 조처가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A 씨의 거짓말에 속아 실제 면접을 보러간 구직자의 최소 15~18%가량이 인근 업소까지 유인됐다는 측면에서, A 씨가 구직자를 상당한 수준으로 기만했던 것으로 보인다. A 씨는 “가벼운 스킨십 정도이고, 시급 5만 원 정도를 벌 수 있다”는 식으로 속인 것으로 조사됐다. 유사 성매매 등에 대한 정보가 없는 사회 초년생이나 10대 구직자일수록 A 씨의 말에 쉽게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

알바사이트성폭력피해사건대책위 관계자는 “가장 충격적인 것은 가해 남성이 1000명이나 가까이 되는 사람에게 접근한 것이고, 더 많은 피해자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솜방망이 처벌 탓에 가해자는 출소 후에도 똑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이번 사건을 통해 알바사이트를 포함해 구직자들이 성매매에 노출되지 않도록 체계가 바뀌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인력 공급책 ‘와리’ 활개 치는 판

A 씨의 범행은 10대 구직자의 죽음으로 외부에 알려지게 됐으나, 일반적인 아르바이트로 위장한 성매매 업소의 구인 수법은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온라인에서 손쉽고 안전하게 구직자를 물색할 수 있다 보니 일종의 ‘인력 공급 생태계’까지 조성된 실정이다.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성매매 업소에 여성 인력을 공급하는 속칭 ‘와리’로 활동하는 이들이 있다. 이들 대부분 자신이 소개한 여성의 수당 일부를 받아 가는 식으로 금전 이익을 취하며, 업소 특성상 거래는 현금으로 이뤄진다.

인력 공급 시스템은 구인구직 환경이 온라인으로 옮겨오면서 활발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성매매피해지원 단체들은 A 씨의 범행을 ‘전형적인 수법’이라고 입을 모으면서도, 온라인에서 구직자와 접촉하기 수월해진 환경에서 더욱 광범위하고 전문적으로 이뤄질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청소년성매매피해상담소 다락 관계자는 “매체만 진화한 것이지, (A 씨의 범행이) 아주 생소한 수법은 아니다”고 전했다.

구직자가 취업을 위해 자신의 정보를 적극적으로 온라인에 알리는 환경에서, 일명 ‘와리’의 구인은 누구에게나 쉽게 뻗칠 수 있게 됐다. 업소는 와리를 통해 안정적인 인력과 매출을 유지하는 구조로, 일종의 생태계가 완성된 것이다.

온라인에서 성매매 구인을 근절해야, 유사 성매매의 시장 확산세를 제지하는 효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실습’ 명목으로 이뤄지는 업계의 성폭력 관행에 구직자들이 놓이는 상황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고용노동부는 사건이 알려진 직후 직업정보제공사업자와 간담회를 열고 보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고용노동부 측은 “향후 관계부처와 협의해 구직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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