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철거 않고 활용한다면 길인지 공원인지 개념부터 명확하게”
서울로 BI 참여 오준식 디자이너
“만약 고가를 철거하지 않고 활용한다면, 길인지 공원인지 개념부터 잘 잡아야 합니다.”
‘서울로7017’의 브랜드 이미지 통합화 작업(BI)에 참여한 오준식 디자이너는 부산 동서고가로 활용과 관련해 이런 조언을 내놓았다. 크리에이티브그룹 ‘베리준오’의 대표 디자이너를 맡고 있는 그는 재능기부로 ‘서울로7017’이라는 브랜드 개발에 참여했다.
‘서울로’는 ‘서울을 대표하는 사람 길’과 ‘서울로 향하는 길’이라는 중의적 의미를 담았다. ‘7017’은 서울역 고가가 탄생한 1970년과 보행로로 거듭난 2017년을 함께 담은 숫자다. 현대카드와 아모레퍼시픽 등 국내 대표 기업의 임원을 지낸 그가 무보수로 서울로7017의 BI를 담당한 것은 당시 그 자체로도 큰 화제였다.
오 디자이너는 “소프트웨어를 먼저 만들고 나서 하드웨어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내가 서울로7017에 참여했을 땐 이미 하드웨어가 만들어진 상태였다”며 “사실 일의 순서가 바뀐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서울로7017이 애초에 ‘서울역 하늘공원’과 같은 개념으로 기획돼 알려진 것이 시민들의 실망을 키웠다는 것이다. ‘공원’이라고 표현하는 순간 사람들이 떠올리는 녹색 이미지에 걸맞지 않은 콘크리트 길과 화분은 결국 비판의 대상이 됐다. 그는 “부산도 고가도로를 재생한다면, 개념부터 명확하게 정해야 한다. 사람이 다니는 보행길, 자전거 도로가 콘셉트라면 공원이라고 하는 순간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중구 만리동에서 음식점과 디자인센터를 운영 중이기도 한 오 디자이너는 자신을 “서울로7017 개발로 피해를 본 사람”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이 동네가 낙후돼 있을 때 들어와 레스토랑을 열었는데, 장사가 잘됐다”며 “외국 출장이 잦은 편이라 공항철도가 있는 서울역을 자주 찾는데, 이 근처에 버려지다시피 한 땅이 있다는 게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오 디자이너는 “음식점을 연 지 6개월 만에 서울로7017 프로젝트가 발표되면서 땅값이 치솟았다. 개인적으로는 사업 영역 확장에 실패했고 야망을 접어야 했지만, 대신 좋은 이웃과 친구가 많이 생겼다”며 웃었다.
글·사진=이자영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