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전 맞불 폭격…이란전, 에너지 전쟁 비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이 가스전을 두고 서로 폭격을 벌이는 가운데 카타르 라스라판 산업단지에 위치한 LNG 생산 시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가스전 폭격 직후 이란도 주변국 가스 시설을 공격하면서 중동 갈등이 ‘에너지 전쟁’ 양상으로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호르무즈해협이 사실상 봉쇄된 상황에서 중동의 핵심 에너지 인프라마저 전쟁 표적으로 떠오르면서 국제유가 급등은 물론 글로벌 경제에 커다란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19일(현지 시간) 이란 매체에 따르면 전날 이란 최대 가스전인 사우스파르스 및 이와 연결된 남서부 해안 도시 아살루예의 천연가스 정제시설 단지가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았다. 사우스파르스 가스전의 3·4·5·6 광구는 화재로 가동이 중단됐으며, 이곳에서 생산된 가스를 정제·가공하는 아살루예의 파르스특별경제에너지단지(PSEEZ)도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
미국 매체 악시오스는 이스라엘이 미국과 사전 조율을 거쳐 이번 공격을 감행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이 테헤란의 연료 저장시설을 타격한 적은 있었지만, 이란의 에너지 생산시설을 직접 공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우스파르스는 이란 전체 가스 생산량의 70%를 담당하는 핵심 에너지 인프라다. 이번 피해는 수십 년째 심각한 가스 부족과 전력난을 겪고 있는 이란의 에너지 위기를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주요 에너지 시설을 공격받은 이란은 즉각 보복을 선언하며 걸프 국가 전반으로 긴장을 확산시켰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에너지 시설 공격이 “통제 불가능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도 “완전히 파괴될 때까지 걸프 지역 에너지 시설을 추가 공격하겠다”고 강조했다. IRGC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의 에너지 시설을 공격 대상으로 지목하며, 주민 대피까지 경고했다.
이란은 실제 보복 공격에 나섰다. 카타르 내무부는 이란의 공격으로 카타르 북부 해안 산업도시 라스라판 지역의 국가 핵심 가스 시설에서 화재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라스라판은 액화천연가스(LNG) 생산·수출의 핵심 거점으로, 전 세계 LNG 공급량의 약 20%가 이곳을 통해 생산된다. 카타르는 이번 공격을 “국가 안보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으로 규정하고 이란 외교관 추방을 명령했다.
이란과 주변국의 에너지 시설이 잇따라 공격받으면서 ‘에너지 인프라 전쟁’이 중동 전반으로 번질 우려가 커진다. 전 세계 원유 해상 공급량의 20%가 지나는 호르무즈해협이 사실상 봉쇄된 상황에서 석유·가스 생산 및 운송 시설까지 타격받을 경우 글로벌 에너지 공급난이 심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이번 공습으로 인해 이라크의 이란산 가스 수입이 전면 중단됐다고 이라크 전력부는 발표했다. 이라크는 전력 생산용 가스 수요의 3분의 1을 이란에 의존하고 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