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조정 의혹’ 카카오, ‘주가조작’ 영풍제지…배신에 개미들 ‘패닉’
카카오 주가 4만 원 아래로 추락
경영진 사법리스크 심화 원인
영풍제지 주가 조작 혐의로 거래 정지
키움증권에서만 5천억 미수금
미국발 긴축 장기화 우려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등에 연일 추락하고 있는 증시에 시장 신뢰를 무너뜨리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국민주로 불리는 카카오는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주가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고, 올해 들어 9배 넘게 폭등한 영풍제지는 주가조작으로 거래가 정지됐다. 이 영향에 카카오의 주가는 3년 5개월 만에 4만 원 밑으로 추락했고, 영풍제지는 거래가 중지된 상태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카카오는 전날보다 1450원(3.58%) 하락한 3만 90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카카오 주가가 4만 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20년 5월 이후 약 3년 5개월 만이다. 불과 2년 전인 2021년 9월 30일(11만 8000원)에 비해서는 67%나 하락했다.
카카오 주가가 추락하는 것은 지난해 10월 판교 데이터센터(IDC) 화재,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 논란에 이어 사법리스크까지 불거지고 있는 영향이 크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SM엔터 주가 시세조정 의혹을 수사하는 금융감독원 특별사법경찰은 오는 23일까지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에게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앞서 특사경은 지난 8월 김 센터장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직접 시세조정 의혹에 대해 강도 높은 조사를 예고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 2월 SM 인수전 과정에서 카카오가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려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2월 16일 IBK투자증권에서 발행주식의 2.9%에 달하는 대규모 거래가 체결됐는데 당시 매수 주문을 넣었던 사모펀드 원아시아파트너스와 친분이 있던 카카오의 2인자 배재현 투자총괄 대표는 이미 구속된 상태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김범수 센터장 역시 이 같은 사안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조사할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 들어 무려 9배 폭등하며 개미투자자들의 큰 관심을 받아왔던 영풍제지에서는 주가조작 사태가 발생했다.
전날 영풍제지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의심되는 피의자들이 검찰에 구속됐다. 서울남부지법 김지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윤모씨와 이모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증거인멸 및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무상증자를 반영한 수정주가 기준으로 올해 초 5829원이었던 영풍제지는 지난 8월 5만 원대까지 올랐다. 금융감독 당국은 최근 영풍제지의 주식 이상 거래 정황을 포착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검찰에 사건을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검찰은 지난 17일 이들의 체포영장을 집행하고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확보한 뒤 지난 19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문제는 영풍제지 주가가 지난 18일 하한가를 기록한 뒤에 거래가 정지되며 대규모 반대매매 사태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증권가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키움증권에서만 약 5000억 원 규모의 미수금이 발생했다.
키움증권은 전날 영풍제지 하한가로 인해 고객 위탁계좌에서 미수금 4943억 원이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키움증권은 "반대매매를 통해 미수금을 회수할 예정"이라며 "고객의 변제에 따라 최종 미수채권 금액은 감소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손실과 관련한 확정사항이 있을 경우 재공시하겠다"고 덧붙였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영풍제지가 하한가로 급락한 지난 18일 위탁매매 미수금 잔고는 7623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대해 다음날 증권사에서 나간 실제 반대매매 금액은 5257억 원으로, 금융투자협회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6년 이후로 최대 규모다.
시장 관계자는 "대내외 악재에 산적한 상황에 시장 신뢰성을 해치는 주가 조작이나 시세 조정 등의 사건이 발생해 유감"이라며 "가뜩이나 혼란한 시장이 더 흔들릴 것으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