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향’ 통영 ‘영화의 도시’로…제1회 통영영화제 27일 개막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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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까지 통제영 홍보관 일원서
독립영화 중심 경쟁·초청작 상영
배우 이필모·온정연 개막시 사회
통영 영화음악가 정유주 특별전
41초 영상전, 100개 영화관 주목

제1회 통영영화제 포스터. 통영시 제공 제1회 통영영화제 포스터. 통영시 제공

세계적 작곡가 윤이상, 한국문학의 대모 박경리, 현대미술 거장 전혁림, 꽃의 시인 김춘수….

국보급 문화‧예술인을 대거 배출한 ‘예향의 도시’ 경남 통영시가 이제 ‘영화의 도시’로 발돋움한다. 독립영화 중심의 영화제를 신설해 지역을 대표하는 새로운 문화 콘텐츠로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통영시는 오는 27일부터 29일까지 통제영 역사홍보관 잔디광장 등 일원에서 ‘제1회 통영영화제’를 개최한다.

지금은 빛이 바랬지만, 사실 통영은 100년 전부터 영화 상영회를 열만큼 영화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다. 시작은 1914년 문을 연 봉래좌(극장)였다. 당시 지역에 살던 일본인 40여 명이 각출한 5000원으로 건물을 짓고 조합 형태로 운영했다. 2개 층에 38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영화 상영뿐만 아니라 공연·강연·집회 장소로도 활용됐다.

그러다 1939년 500석 규모 영화상영전용관(재래식 극장)으로 탈바꿈하면서 마산 공락관(시민극장), 마산 앵관(제일극장), 삼천포극장과 함께 경남의 대표적인 영화관으로 자리 잡았다. 1946년 봉래극장으로 명칭을 바꾼 이후엔 서부 영화, 찰리 채플린 무성영화, ‘이수일과 심순애’ 같은 국내작을 상영하며 문화예술인 활동 거점과 향유 장소로 활용됐다.

1960년대 들어 통영극장·충무극장과 함께 이 지역 극장 트로이카를 형성하며 1980년 개봉관, 재개봉관, 2본 동시 상영관 등 변화도 꾀했다. 하지만 낡은 시설 탓에 1990년대 들어 내리막길을 걷다가 2005년 중앙시장 활성화를 위한 도심상가 주차장 확보 계획에 따라 철거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이번 영화제는 이처럼 지역의 근대 문화·예술 르네상스를 열었던 통영의 영화 발자취를 재조명하고 통영만의 예술적 이미지를 구축하려 기획된 무대다. 주제는 ‘블루, 그린, 레드’다. 각각 바다와 여행 그리고 예술을 뜻한다.

주행사는 주제별 경쟁 부문 선정작과 로컬·환경 부문 초청작 상영, ‘41초’ 청소년 영상공모전이다. 지난 8~9월 장·단편 경쟁작 모집에 총 441편이 접수돼 예심과 본심을 거쳐 최종 12편이 선정됐다. 41초 영상전은 통영의 유인도 수(전체 570곳 중 41곳)에 착안한 공모전이다. 여기에 각종 강연과 전시, 100개 영화관 프로젝트 등 다채로운 부대행사를 더한다.

개막식은 배우 이필모, 온정연 사회로 레드카펫 입장, 포토타임에 이어 개막작 ‘펭귄의 도시’가 상영된다. 정재훈 감독이 연출한 펭귄의 도시는 급격한 기후변화로 대서양으로 순항 중이던 어선이 침몰하게 되고, 시간이 지나 도심에서 발견된 펭귄 가족이 사람들에게 환경의 중요성을 알린다는 내용이다.

뒷날엔 롯데시네마(5, 6관)에서 선정‧초청작 상영과 배우 임성언 씨 홍보대사 위촉식 그리고 41초 영상 공모전 시상식을 진행한다. 마지막 날은 통영환경포럼과 폐막식이 열린다. 현장에서 전문가가 선정한 대상‧우수상과 관객심사단이 선정한 T-콘텐츠상을 발표, 시상한다. 전문가 심사위원회는 김재수 영화감독을 위원장으로 임혜영 감독과 이석제 전 서울예대 교수가 위원으로 참여한다.

부대행사도 풍성하다. 영화제 기간 통제영 역사홍보관 1층 전시실에 통영 출신 영화음악가 정윤주(1918~1997) 선생 특별전을 마련한다. 28일 통영시립도서관에서는 ‘통영영화 100년사’, ‘조·명·치(조기·명태·멸치) 해양문화 특별전’과 강연이 계속된다. 지역 수산물과 맥주 그리고 영화가 어우러진 수맥페스타도 준비돼 있다. 100개 영화관은 영화 관람이 어려운 농어촌이나 학교에 간이 영화관을 설치, 운영하는 프로젝트다. 오는 30일부터 내달 5일까지 진행한다.

김원철 집행위원장은 “바다가 인생을 닮아 있듯 통영에서 피어난 영화와 예술 역시 바다의 강한 생명력을 그대로 닮고 있다”면서 “삶이라는 예술을 담은 영화에 함께 귀 기울일 위대한 여정에 첫걸음을 내디뎌 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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