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년 만에 복원한 부산시립무용단 ‘더 레거시_천상의 길’
창단 50주년 기념 27일 정기 공연
6대 수석안무자 김진홍 선생 작품
서정숙 훈련지도자가 재구성 안무
“공연예술 문화유산으로 존중할 만”
부산시립무용단 제6대(1993년 2월~1995년 2월) 수석안무자였던 김진홍(88) 선생이 안무한 창작 무용극 ‘천상의 길’은 처용설화에 바탕을 둔 작품으로 1994년 10월 14일 서울 국립극장 대극장에서 열린 제6회 전국시(도)립무용단무용제 서막을 장식했다. 전 5장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극작가 차범석이 대본을 쓰고 김진홍이 안무했다. 이 작품은 또 부산시립무용단의 사실상 첫 해외 공연작으로 같은 해 10월 28일 러시아 모스크바 오페라극장, 31일 상트페테르부르크 악차브리스키극장에서 공연하는 등 11박 12일간의 해외 순방으로 주목받았다. 이어 32회 시립무용단 정기 공연으로 11월 15~16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올랐다.
김진홍 선생의 원작 ‘천상의 길’이 29년 만에 다시 부산 관객을 맞는다. 오는 27일 오후 7시 30분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더 레거시_천상의 길’이란 제목으로 서정숙 부산시립무용단 훈련지도자가 재구성 안무했다. 올해로 창단 50주년을 맞은 부산시립무용단(예술감독 이정윤)이 한 해 동안 이어 가는 자축 무대이자 제88회 정기 공연이다.
당시 김진홍 선생은 <부산일보>에 “좋은 창작은 그 완성도를 높혀 명작 레퍼토리로 만들어 오래오래 공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러시아 무대에서 호평받아 (이 작품이) 단원들에 자신감을 안겨줬고, 무대장치 조명 효과 등을 활용해 ‘천상의 길’을 더욱 손질할 생각”이라고 말했는데 한참이 지나서 후배 무용가들이 소원을 이룬 듯하다.
이정윤 예술감독은 이번 작품의 재공연을 결정하면서 “김진홍 선생의 원작 ‘천상의 길’을 재조명하고 무대에 복원화해 당시의 예술혼과 고전의 아름다움을 다시 한번 부산의 춤 관객들에게 전하고자 한다”면서 “이 작품은 러시아 관객의 호평뿐 아니라 현시대 춤 공연에도 많은 영감을 주는 공연예술의 문화유산이라고 할 만하다”고 재평가했다.
아울러 이번 공연에서는 당시 사용한 음악(MR 사용)의 음질과 작품의 재구성을 위해 일부 작・편곡을 진행했으며, 지역의 젊은 국악 연주 단체인 무악단 ‘울림채’의 라이브 연주로 춤 공연을 더욱 풍성하게 감상할 수 있게 한다.
서정숙 훈련지도자는 “재구성 안무를 하면서 당시 작품을 그대로 부활하나, 내 색깔을 넣어야 하나 고민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이번 작품을 하는 취지를 되새겨보면 ‘복원’이 맞는 것 같아 거기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큰 틀은 유지하면서도 설명이 좀 더 필요한 장면엔 안무를 보완했다.
한편 이번 공연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김진홍 선생도 매우 기뻐하면서 “니가 하면 잘 나올 거야”라고 용기를 주셨다고 한다. 서정숙 훈련지도자는 20대 단원 시절 이 작품에 무용수로 출연했으며, 김진홍 선생 아들인 김갑용 부산무용협회 회장과는 부부지간이다. 입장료 R석 3만 원, S석 2만 원. 공연 문의 부산문화회관 051-607-6000(ARS 1번).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