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 직면한 탈탄소·디지털화 위해 함께 머리 맞대야" [제17회 세계해양포럼]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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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해양 세션

IMO “2050년까지 탄소 배출 제로”
물류 전체 과정 친환경 전환해야
인력 부족에 자율운항 발전 절실
“경쟁 아닌 협력으로 기술 구현을”

25일 롯데호텔부산에서 열린 제17회 세계해양포럼(WOF)의 조선해양세션에서 탄소중립 시대의 기술 대전환을 주제로 토론을 벌이고 있다. WOF사무국제공 25일 롯데호텔부산에서 열린 제17회 세계해양포럼(WOF)의 조선해양세션에서 탄소중립 시대의 기술 대전환을 주제로 토론을 벌이고 있다. WOF사무국제공

“시간이 없다.”(스타브로스 하찌그리고리스 어드밴스드 엔지니어링 설립자)

조선업계가 직면한 탈탄소화(Decarbonization)와 디지털화(Digitalization), 이른바 2D는 17회를 맞은 세계해양포럼(WOF) 조선해양 세션의 단골 주제다. 그러나 25일 롯데호텔부산에서 열린 올해 세션에서는 그 강도가 달랐다. 국제해사기구(IMO)가 올해 2050년까지 해운 분야 탄소 배출을 제로로 만들겠다는 새로운 목표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조선과 해양, 해운을 융합하는 디지털화의 압박도 갈수록 거세다.

HD한국조선해양 안광헌 사장이 좌장을 맡은 세션은 ‘2050 탄소중립 시대 오션 모빌리티 및 해양디지털 솔루션 기술의 대전환’이라는 주제로, 조선해양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발맞춘 친환경과 디지털 기술이 논의됐다.

오스트리아의 파워트레인 기업 AVL 부사장이기도 한 이강기 클라이페다대학 교수는 “탈탄소와 디지털화 대응을 위해서는 공급망의 모든 이해 당사자들이 다같이 친환경 전환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공동 대응이 필요한 배경으로 꼽은 것은 IMO가 도입한 에너지 생애주기 관리 규제, 그리고 한국을 포함해 24개국이 동참해 시작된 녹색해운항로다.

이 교수는 “IMO의 에너지 생애주기 관리 규제와 녹색해운항로의 개념은 선박의 운송 단계뿐 아니라 선적부터 항만 운영, 기항지에 도착해서 물건을 전달할 때까지 물류의 전체 과정을 친환경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응하려면 한 기업 혼자서는 안 되고, 여러 이해 당사자가 일종의 개방형 플랫폼을 만들어 각자의 데이터를 표준화하고 교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HD현대그룹의 자율운항 자회사인 아비커스의 임도형 대표도 협력의 필요성을 말했다. “자율운항 기술은 세상에 없던 솔루션이다. 한 기업의 힘으로 구현되기 어렵기 때문에 업계의 공감대가 있어야 하고 경쟁보다는 협력을 통해서 기술을 구현해야 한다.”

아비커스는 사람이 타지 않는 자율운항의 시험 운항에 성공했다. 미국과 한국을 잇는 태평양 항로 가운데 일부에서 350시간 동안 사람의 개입 없이 완전 자율운항 테스트를 한 것이다. 이 결과 연비를 7%, 탄소 배출을 5% 저감하는 효과도 확인했다.

이 대표는 자율운항 선박의 장점으로 최적 운항으로 탄소 배출량을 저감할 수 있는 것 외에도 인적 과실로 인한 사고가 없어 안전하고, 전 세계적인 항해사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었다. 아비커스는 현재 자율운항 보조 시스템인 하이나스(HiNAS)를 개발해 다수 상선에서 운용 중이고, 충돌회피와 경로 최적화 등 기술의 실증을 진행하고 있다.

탈탄소화와 디지털화 모두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조선업계에 하드스킬을 강화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과거 그리스 마란 가스사에 재직하면서 한국에 45척의 액화천연가스(LNG)선을 계약, 건조, 인도하기도 한 이력의 스타브로스 하찌그리고리스 어드밴스드 엔지니어링 설립자의 발제에서다.

그에 따르면 소프트스킬이 개인 특성에 따라 타고나는 것이고, 정량화가 어렵다면 하드스킬은 바퀴의 발명처럼 모든 기술의 탄생에 기여한 역량이자 습득을 위해서는 공부하고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그는 “하드스킬은 사회의 편익을 위해 기술을 이해하고 숙달할 수 있도록 하는 도구”라면서 “지금 조선해양업계는 급속도로 진행되는 신기술의 발전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친환경 연료 선박이나 자율운항 선박 등을 운용하려면 기술을 제대로 이해하는 적임자를 배치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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