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30일 이사회서 화물사업 매각 논의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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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집행위 제출 시정조치안 동의여부 결정
이사회서 동의하면 EU 심사 통과 일말 기대
EU 통과돼도 앞으로 미국, 일본 승인 남아

24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아시아나항공 노조 조합원들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슬롯 반납과 화물사업 분리매각 추진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24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아시아나항공 노조 조합원들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슬롯 반납과 화물사업 분리매각 추진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아시아나항공이 30일 화물사업 매각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이사회를 연다. 이날 이사회 결정에 따라 3년간 이어져 온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기업결합)에 대한 EU집행위의 승인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30일 서울 모처에서 각각 이사회를 개최한다.

대한항공이 오전 중 이사회를 열어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 부문을 매각하되, 인수 측이 직원들의 고용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아시아나항공과의 합의서를 안건으로 올린다. 관련 내용을 담아 EU 집행위에 제출할 시정조치안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같은 날 오후 2시에는 아시아나항공 임시 이사회가 열린다. 이사회 안건은 ‘현재 진행 중인 기업결합 심사와 관련해 EU 집행위에 제출할 대한항공의 시정조치안에 대한 동의 여부’다.

이날 이사회가 매각에 동의할 경우 대한항공은 기업결합에 유독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대 온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인 EU 집행위원회에 관련 내용을 담은 시정조치안을 제출한다. EU 집행위의 심사 통과 가능성에도 다소간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반대로 화물사업 매각 문제가 이사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 관련 내용을 담은 시정조치안의 EU 집행위 제출이 물 건너간다. 나머지 국가의 승인 여부와 무관하게 양사 합병이 무산될 수 있다.


대한항공의 시정조치안 주요 내용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매각을 통한 경쟁 제한 우려 완화’인 만큼 사실상 이번 이사회의 선택에 따라 화물사업 매각이 판가름 난다.

EU 집행위는 그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결합에 따른 유럽 노선 경쟁 제한을 우려해왔다.

이를 불식시키기 위한 시정조치 방안으로 대한항공의 14개 유럽 노선 중 아시아나항공과 중복되는 4개 노선의 슬롯(공항 이착륙 횟수) 반납,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 매각 등이 거론돼 왔다.

아시아나항공은 이사회 종료 직후 공시 등을 통해 결정 내용을 밝힐 것으로 전해졌다.

아시아나항공 이사회는 원유석 대표이사를 포함한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4명 등 6명으로 구성됐다.

안건 통과를 위한 의결정족수는 ‘전체 이사의 과반 참석, 참석자의 과반 찬성’이다. 즉 6명의 이사 참석 시 4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현재는 화물사업 매각에 대한 찬성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전해졌다. 화물사업 매각을 통해 합병 절차를 매듭지음으로써 대한항공에서 자금을 수혈받아 회사를 정상 궤도에 올려야 한다는 논리다.

올해 상반기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총부채는 12조 원, 부채비율은 1741%에 달한다. 여기에 대출 만기 등으로 현금이 더욱 말라가는 상황이어서 대한항공과의 합병 없이는 독자 생존이 어렵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산업은행은 이미 3조 6000억 원대의 공적자금을 투입한 상태다. 매각이 불발되면 자금 회수가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추가로 자금을 투입해야 할 우려도 있어 화물 사업 매각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산업은행 강석훈 회장은 24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아시아나 이사회가 (화물사업 부문을) 살리기로 의결한다면 또 국민의 혈세나 공적자금이 얼마나 들어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번 합병이 그런 관점에서도 꼭 되기를 기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아시아나항공 이사들은 화물사업 매각 찬성시 배임 소지가 있다며 반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나라의 기업결합 승인을 받기 위해 전체 매출의 21.7%(올해 상반기 기준)에 달하는 화물사업을 넘기면 회사 가치를 떨어트려 주주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다.

화물사업 매각을 통해 이익은 불확실하지만 ‘캐시카우(현금 창출원)’인 화물사업을 매각하면 손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측은 기업결합에 반대 목소리를 높여 온 아시아나항공 노조에 대해 고용 안정과 처우 개선을 제시하며 불만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설령 EU 집행위의 심사가 통과된다하더라도 미국과 일본에서 다시 승인을 받아야 해 ‘산 넘어 산’의 형국이다. 대한항공이 주요 사업권과 운수권을 내줄 경우 심각한 국부 유출 우려도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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