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10월의 마지막 밤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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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10월의 마지막 밤을.’ 10월의 마지막 날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노래가 있다. 이날만큼은 빠지면 서운한 명곡 ‘잊혀진 계절’이다. 이 노래는 가수 조영남이 부르기로 하고 녹음까지 마쳤는데 계약이 틀어지며 이용에게 돌아가게 되었다고 한다. 세상만사 임자가 따로 있는 모양이다. 처음 가사는 ‘9월의 마지막 밤’이었다. 발매 시기가 한 달 미뤄지며 ‘10월의 마지막 밤’으로 급히 바뀐 것이다. 원래대로 ‘9월의 마지막 밤’이었어도 지금처럼 오래 사랑받았을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10월 31일은 또한 핼러윈이다. 핼러윈이 만성절(All Saints Day)의 전야제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 같다. 가톨릭은 특별히 더 모범이 되어 기릴 성인에게 축일을 부여한다. 축일은 성인이 선종한 날로, 성인이 천상에서 새로 태어난 날로 여기기 때문이다. 만성절은 특히 축일이 따로 없는 성인들을 기리는 날인데, 그래서인지 잘 기억되지 않는다. 감리교 운동의 창시자였던 영국의 존 웨슬리는 성인들을 지나치게 신성시하는 일을 경계하면서 유독 만성절을 즐기고 기념했다.

‘10월의 마지막 밤’을 앞두고 착잡해진다. 지난해 이맘때 이태원에서 압사 사고가 발생해 159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해서다. 시시각각 사망자 수가 늘어나던 참혹한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올해 핼러윈은 일단 무사히 지나간 모양새다. 한국에서는 10월 31일을 핼러윈으로 고집하지 않고, 보통 10월의 마지막 주말에 행사를 하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핼러윈을 즐기려는 인파는 홍대 거리로 몰렸고, 이태원에는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고 한다. 올해에는 경찰, 구청, 소방 등 관계기관이 총출동해 인파 관리에 나섰다. 작년에는 왜 그렇게 못했을까.

핼러윈을 준비하다 항의로 취소하거나, 아예 핼러윈 문화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무고한 젊은이들이 유명을 달리한 지 일 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벌써 핼러윈 축제를 즐길 마음이 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핼러윈 자체를 없애자는 주장은 외국 사례를 보더라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서방 문화를 추방한다는 명분으로 핼러윈을 금지하고 있다. 북한은 적성국인 미국의 문화라는 이유로 금지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019년부터 허용했지만, 이란과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여전히 불법이다. 무엇이 참사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을 위한 진정한 위로가 될지 같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박종호 수석논설위원 nleader@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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