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총선용 서울 확장 논의 ‘지방시대’ 역행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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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대표 “김포, 서울 편입” 국민 당혹
현 정부 핵심 정책 균형발전과도 배치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최근 경기도 김포시의 서울 편입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국민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수도권 제2순환 고속도로 김포~파주 건설 현장 모습.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최근 경기도 김포시의 서울 편입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국민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수도권 제2순환 고속도로 김포~파주 건설 현장 모습.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최근 경기도 김포시의 서울 편입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국민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사자인 경기도는 김 대표의 느닷없는 발언에 당황하고 있고, 지방에서는 ‘서울공화국’을 줄여도 모자랄 판에 더 늘리려는 시대 역행적인 시도에 어안이 벙벙한 지경이다. 행정구역 개편은 이해당사자만 수백만 명이고, 거쳐야 할 절차도 한둘이 아닌 난제다. 더구나 서울 집중은 부숴야 할 망국병으로 인식되는 상황이다. 아무리 여당 대표라고 하지만, 이렇게 불쑥 내던질 성질의 사안이 아니다. 이러니 내년 총선을 앞두고 꺼낸 포퓰리즘 발언이라는 비판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다.

김 대표의 발언은 김포에서 열린 수도권 신도시 교통대책 마련 간담회에서 나왔다고 한다. 김포시장이 지역의 심각한 교통난 해소 대책으로 서울 편입을 건의하자, 김 대표가 이를 수용하는 형식으로 공식화한 것이다. 안팎으로 심사숙고해야 할 사안임이 분명한데도, 정작 서울시나 경기도는 논의는 고사하고 이런 사실 자체를 몰랐다고 한다. 누가 봐도 급조된 발언이라고 여길 수밖에 없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인근 도시들도 덩달아 서울 편입에 나섰다는 후문이다. 이러다 아예 경기도마저 서울로 편입하자는 말까지 나올 판이다. 김 대표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때에 일으킨 이 평지풍파를 어떻게 수습할는지 궁금하다.

여당 대표의 김포 편입 추진에 수도권 못지않게 당혹감을 감추기 어려운 쪽이 또 지방이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듯이 서울의 팽창은 수도권에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안 그래도 서울은 대한민국 자원의 거의 전부가 몰려 있는 도시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 확장은 바로 지방포기 선언과 다름없다. 지난 40년간 서울의 팽창을 막아 온 정부의 일관된 기조와도 상반된다. ‘지방시대’를 선언한 윤석열 정부가 1일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를 통해 기회발전특구 등 내용을 담은 5개년 계획을 밝혔지만, 국정의 한 축인 여당 대표가 이런 식으로 한다면 그 진정성을 믿을 국민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김포의 서울 편입에 설령 몇 가지 이유가 있다고 해도, 지금처럼 돌발적으로 추진되어선 누구에게도 호응을 얻지 못할 것이다. 당장 경기도는 물론 야당부터 떨떠름한 반응이다. 일의 시작 여부조차 단언할 수 없고, 나중엔 정치적 수사로만 남을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김 대표는 여당 대표로서 지금 당장 가장 급한 국가적인 과제가 어떤 것인지 짚어 볼 필요가 있다. 바로 국토균형발전이다. 윤 정부가 지방시대위원회를 통해 핵심적으로 추진하려는 과제다. 김 대표가 이번 발언을 정략 차원에서 한 게 아니라면 지금보다 몇 배는 더 지역발전 전략 마련에 힘을 쏟아야 한다. 그게 윤 정부의 지방시대에 일조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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