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MoCA, 오늘 만나는 미술] 과거와 현재 그 중간 어디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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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용 ‘신체검사’와 ‘아이 15f’

김지용 작가의 작품 ‘신체검사’(왼쪽)와 ‘아이 15f’. 김지용 제공 김지용 작가의 작품 ‘신체검사’(왼쪽)와 ‘아이 15f’. 김지용 제공

김지용(1992~) 작가는 주로 가족들과 찍었던 오래된 필름 사진들을 나름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그려내는 작업을 한다. 납작한 가족사진을 관찰하며 얻어낸 감각을 또 다른 평면 위에 생생하게 그려내려는 시도이다. 이 속에서 과거의 모습들은 현재의 이미지와 어우러지고, 과거와 현재 그 중간 어디쯤의 형상으로 그 평면 위에 자리를 잡는다. 왼쪽 그림 ‘신체검사’, 오른쪽의 ‘아이 15f’는 작가 부모가 찍은 사진 속에 재현된 생경한 사물과 상황이 작가의 손을 거쳐 회화적 풍경으로 치환된 것이다. 그것이 만들어 내는 기묘한 물성의 괴리를 통해 우리는 개인의 서사가 다시 우리의 서사로 환원되는 감정적 소요를 경험한다. 필름 카메라의 제한된 셔터 수는 그 기시감을 신중하게 잡아놓았다. 애정 어린 시선을 통해 어떤 날 누군가를 담아낸 장면은 여전히 사진 속에서 반짝인다. 아득히 먼 시절 같다가도 사진 속의 인물은 지금 여기에 비슷한 표정을 지으며 서 있다. 항상 올려다보던 부모지만 어느새 우리의 고개는 그들의 눈높이와 맞닿아 있다.

김지용의 작품은 지난 9월에 종료한 부산현대미술관의 ‘포스트모던 어린이’에 전시되었으며, 11월에 발간될 전시 도록을 통해 작품에 관한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최상호 부산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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