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지역화폐 정착 위해 국고 지원 더 필요

김태권 기자 ktg66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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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내년도 예산안 지역화폐 미반영
발행 규모·혜택도 축소…폐지 불가피
소비 창출 경제효과 2.5배 높게 조사
정부 지원·지자체 장기플랜 고민해야

코로나19 팬데믹 때 지역경제와 골목상권을 살리는 데 크게 기여한 지역사랑상품권인 지역화폐가 1996년 처음 발행된 이후 최대 고비를 맞고 있다. 올해 대폭 삭감됐던 지역화폐에 대한 국비 지원이 내년에 아예 없어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지방교부세 축소 등으로 지방재정까지 악화되면 지역화폐 발행 규모와 혜택을 축소하거나 폐지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9월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에 지역화폐 지원 예산을 한 푼도 편성하지 않았다. 지난달 국정감사장에서는 “자치단체에서 알아서 결정하는 것이 맞다”며 지역화폐에 대한 정부 입장을 재확인했다.


지역화폐는 1996년 ‘내 고장 상품권’이라는 이름으로 강원도가 처음으로 발행한 이후 일부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진행해 왔다. 그러다 정부가 2018년부터 거제 등 고용위기지역을 대상으로 지역화폐에 예산을 처음으로 지원했다. 또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지역화폐 발행에 필요한 예산 규모를 대폭 늘리면서 전국 지자체로 확대되는 계기가 됐다. 현재 지역화폐는 190여 종이 발행되고 있다.

실제 정부는 2018년 100억 원을 시작으로 2019년 533억 원, 2020년 6298억 원, 2021년 1조 2522억 원으로 지원 규모를 해마다 늘렸다. 지역화폐 발행 규모도 2021년 25조 900억 원에서 2022년 29조 3700억 원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지역화폐에 대한 지원이 2022년 7053억 원으로 줄어든 데 이어 올해 전액 삭감됐다가 국회에서 3525억 원이 되살아났다.

지역화폐에 대한 국고 지원이 줄어들면서 지역화폐 발행 규모와 혜택을 줄이는 지자체들도 늘어났다. 대구시는 올해 ‘대구로페이’를 5700억 원 발행할 계획이었지만, 7월까지 1041억 원 발행에 그쳤다. 대전시는 월 구매 한도를 50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줄였고, 최대 15%였던 환급 비율도 3%로 낮췄다. 양산시는 설과 추석 명절이 낀 두 달을 제외한 평상시 달의 할인율을 10%에서 7%로 내렸다. 이 때문인지 8월 말 지역화폐 발행 규모도 14조 8400억 원으로 전년에 비해 많이 감소했다.

문제는 내년이다. 지자체들은 지난해처럼 국회에 마지막 기대를 걸고 있지만, 정부안대로 확정되면 지역화폐 폐지 또는 발행 규모·혜택 축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대구시 한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지방 교부세가 줄고 지방세수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국비 없이 시비만으로 대구로페이 운용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인천시는 영세 소상공인에 대해서만 혜택을 유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시도 가맹점 할인율을 7%에서 5%로 줄이기로 했다. 양산시는 할인율을 올해와 마찬가지로 유지하기로 했지만, 발행 규모를 2000억 원으로 올해보다 500억 원 줄이기로 했다. 제주도 역시 할인율 축소를 검토하는 등 지역화폐를 발행하는 대다수 지자체가 비슷한 상황이다.

지역화폐는 법정화폐가 아닌 지역에서만 유통되는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다. 지역화폐 총발행액의 최대 16% 정도가 주민 혈세인 세금인 데다 소상공인에게 돌아가는 것도 아니라 그대로 낭비되는 등 문제점도 많다.

하지만 지역화폐는 지역에서만 사용할 수 있어 소득이 밖으로 새는 것을 막는 긍정적인 효과도 많다. 경제 효과 역시 높다. 부산연구원의 조사 결과 2021년 기준 지역 화폐의 경제 효과는 일반 예산 투입과 비교했을 때 소비 창출이 2.46배로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김교흥(민주당·인천 서구갑) 의원실이 확보한 행정안전부의 ‘지역사랑상품권 정책의 효과 분석과 발전 방향’ 보고서에도 매출과 고용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보고서는 또 인구 밀도가 낮고 작은 지역일수록 상품권 공급 비율 증가에 따른 추가적인 매출액 증대 효과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화폐 효과는 역기능보다 순기능이 많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현재도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의 후유증이 남아있는 만큼 골목상권 활성화를 위해서 정부와 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정부는 지역화폐가 코로나19 팬데믹 후유증을 넘어 연착륙할 수 있도록 추가적인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 지자체 역시 국비 지원에 의존하지 말고 지역 실정에 맞게 자체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장기적 플랜을 세워야 한다. 주민들도 지역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지역화폐를 사용하는 애향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김태권 동부경남울산본부장 ktg660@busan.com


김태권 기자 ktg66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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