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백인철 부산 중구청 수영 선수 “매일 도시철도 부산대 ~ 중앙역 거리만큼 훈련하고 있어요”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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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 AG·전국체전서 잇단 금메달
접영 50m 아시아 최고 스타로 우뚝
“편견 부수는 선수로 기억 되고 싶어”

“시합에 완전히 몰입하면 사방이 고요해지면서 마치 우주에 떠다니는 느낌이 들어요. 이건 그 순간을 경험해 보지 못하면 알기 어려울 겁니다.”

올해 부산 중구청 수영 선수로 입단해 ‘금빛 역영’을 이어가고 있는 백인철은 경기에 임할 때의 느낌을 이렇게 표현했다. 백인철은 지난달 폐막한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전국체육대회 남자 접영 50m에서 연이어 금메달을 수상했다. 특히 전국체전에서는 23초15의 한국신기록을 수립했다. 흔한 동네 수영장 하나 없는 부산 중구에서 아시아 최고 수영 스타가 나온 것이다.

백인철이 수영을 시작한 계기는 놀랍게도 ‘재활’이었다. 그는 “6~7살 때 놀다가 넘어져서 팔이 부러지는 일이 있었다”며 “수영을 하면 팔이 빨리 낫는다는 이야기를 들어 처음 수영을 접하게 됐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하지만 나날이 괄목할 만한 실력을 보이면서 초등학교 수영 선수반에 들어가는 등 수영은 재활의 목적이 아닌 삶의 일부가 됐다. 특히 백인철은 빠른 속도로 물살을 가를 수 있는 접영에 매력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접영은 두 손을 사용해서 앞으로 나아가기에 자유형이나 배영보다 훨씬 속도감이 있다”고 말했다. 백인철의 뛰어난 스타트 능력과 강한 파워는 장거리보다 순간적으로 폭발적인 힘을 내는 단거리 선수를 택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실제 시합에서 그가 수영하는 거리는 50m에 불과하지만, 이면에는 지독한 연습만이 존재한다. 대회가 없는 기간 백인철이 하루에 수영하는 거리는 보통 15km. 매일 부산도시철도 1호선 부산대역과 중앙역을 직선으로 이은 정도의 거리를 수영하는 셈이다.

그는 “대회가 가까워질수록 힘을 비축하기 위해 오히려 연습량을 줄인다”며 “그래도 11km에서 13km 정도는 매일 수영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백인철은 “강도 높은 훈련을 매일 반복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그때마다 명확한 목표가 승리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명확한 목표가 있어 빠른 시간 내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며 “이제는 내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따기 위해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 출신인 백인철이 부산과의 인연을 맺은 것은 올해다. 그는 “한국체육대학교를 졸업할 당시 교수님이 부산 중구청과 인연을 이어주셨다”며 “주변에서도 수영장 하나 없는 중구청에 수영 선수로 소속됐다고 하니까 굉장히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백인철은 수영 선수로서 자신이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는 걸까. 그는 “편견을 부수는 선수로 기억되면 좋겠다”고 답했다. 신장이 큰 서양 선수가 단거리 수영에서 유리하다는 인식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우선 목표는 싱가포르 선수인 조셉 스쿨링이 보유한 남자 접영 50m 아시아 기록(22초93)을 넘어서는 것이다.

백인철은 “‘그건 안돼’ ‘불가능해’라는 말을 들으면 오히려 하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며 “모두가 동양 선수는 단거리 수영에서 불리하다고 말할 때 ‘백인철이라는 대스타가 있었잖아’라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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