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다자녀 혜택 확대 ‘생색’ 애먼 유아체능단 ‘불똥’
2자녀 이상 이용료 50% 감면
운영비 줄어 사업 축소 잇따라
“150명 육아 공백” 학부모 시위
시, 프로그램 재운영 방안 고심
부산시가 이달부터 체육시설 등을 중심으로 다자녀가정 혜택을 확대하기로 하면서 운영난에 빠진 민간 위탁 체육시설이 프로그램을 축소하는 등 생존방안 마련에 나섰다. 일부 공공 체육시설에서는 수십 년간 운영해 온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이 사라질 위기에 놓이면서 학부모들의 우려가 크다.
7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해운대구 우동에 위치한 ‘올림픽기념국민생활관 부산시사회체육센터’는 지난달 ‘SABA 유아체능단’ 학부모들에게 통지문을 보내 내년 2월부터 사업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 부산시가 이달부터 다자녀가정 혜택을 확대하면서 시설 운영비가 부족해지자 사업을 축소하기로 한 것이다. 부산시는 지난 6월 다자녀가정 지원 확대 대책을 발표하고 기존 3자녀 이상이었던 다자녀가정 기준을 2자녀 이상으로 확대했다. 2자녀 이상 가정의 경우 이달부터 공공체육시설 이용료를 50% 감면받을 수 있게 됐다. 시설 입장에서는 그만큼 운영비가 줄어드는 셈이다. 1991년 창설된 유아체능단은 5~7세 아동을 대상으로 시행되는 교육 프로그램으로 수영, 체육, 영어, 바둑, 사물놀이 등을 포함한 특별교육으로 구성됐다.
30여 년간 운영된 유아체능단이 운영비 부족을 이유로 하루아침에 없어질 위기에 처하자 학부모들은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유아체능단이 사라지면 150여 명에 이르는 아이들이 다른 보육시설로 옮겨가야 해 육아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유아체능단 학부모들은 이날 오전 부산시청을 찾아 피켓 시위를 벌인 뒤 집단 민원을 제출했다. 이후 센터를 방문해 시 관계자, 학부모, 센터 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간담회를 열었다. 이들은 갑작스러운 운영 중단 통보 이후 아이를 보낼 곳을 알아보고 있지만 유치원 수가 부족해 아이들이 갈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며 센터가 정상 운영될 수 있도록 부산시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 학부모는 “다자녀 기준을 확대한 부산시의 취지는 좋지만 그에 따른 체육시설 운영비 마련 방안 등 대책을 미리 고민해야 했다”며 “다자녀 혜택 확대로 애꿎은 아이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항의했다.
앞서 서구 서대신동에 위치한 부산국민체육센터도 운영비 부족을 이유로 어린이 교육프로그램 ‘꿈나무체능단’을 내년 2월까지만 운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시가 손실분을 보전해 주겠다고 약속하자 체능단 운영을 이어간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실제 예산 반영 여부는 알 수 없어 언제 사업이 중단될지는 미지수다.
부산국민체육센터 관계자는 “꿈나무체능단의 경우 3자녀 이상 다자녀가정 비율은 25% 수준이었지만 2자녀 이상으로 다자녀가정 기준이 확대되면서 다자녀가정 비율이 77%까지 올라갔다”고 밝혔다. 이어 “다자녀가정 혜택 확대로 인한 적자 폭이 커질 것에 우려해 사업을 축소하기로 정했다”며 “일단 운영을 계속하기로 했지만 세부 사항은 부산시와 계속 논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자녀가정 혜택 확대가 교육 프로그램 축소라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지자 시는 손실분을 보전하는 등 대책 마련에 한창이다. 시 관계자는 “부산시사회체육센터 유아체능단의 경우 프로그램 운영을 전면 중단하지 않고 건물 보수 공사 이후 다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