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도시계획 ‘N분도시’ 펜데믹 후 ‘글로벌 기후위기’ 대안 급부상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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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 ‘사람 중심 도시’ 개념 등장
보고타·포틀랜드·멜버른 등 도입
2020년 파리시장 선거 통해 주목
거주지 ‘15분 생활권’ 변신 유명

15분 도시 개념은 2016년 프랑스의 팡테옹 소르본대학교 카를로스 모레노 교수가 처음 발표했다. 공동체 가치를 우선시하고 거주지 15분 이내 거리에 생활필수시설을 배치해 도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도시의 연결성과 생태성을 강화해 지속가능성을 확보하자는 모레노 교수의 이론은 2020년 안 이달고 파리시장이 재선 공약으로 채택하면서 유명해졌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전 세계를 장악하던 당시, 장거리 이동을 비롯한 일상생활 전반에 제약을 받던 파리 시민들은 이달고 시장의 손을 들어주었다.

파리는 파격적으로 바뀌었다. 부산의 4배가 넘는 인구밀도를 가진 파리에서는 매일 약 400만 명이 교외와 도시를 가로질러 출근한다. 그 중 약 60%가 자가용을 이용한다. 이달고 파리시장은 시민들이 도보나 자전거를 이용해 주거, 업무, 여가, 의료, 교육, 쇼핑 등 일상 속 필수 서비스를 집에서 15분 거리 내에서 누릴 수 있게 되면, 탄소배출량을 개선하는 동시에 삶의 질을 높여 도시의 생태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파리는 센강변에 자동차 도로를 없애고 총 700km의 산책길과 자전거 도로를 만들었다. 루브르 박물관에서 바스티유 광장에 이르는 상업중심가 약 50km 구간은 자전거 전용도로로 바꿨다. 도로변 주정차 공간은 테라스와 정원으로 변신했다. 덕분에 파리 시내 어디서든 200m 이내에 녹지, 놀이공간, 자전거 도로가 갖춰졌다. 주말에는 학교 공간이 다목적 공간으로 개방돼 연극, 복싱, 요가, 게임, 콘서트 등 시민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시민의 창구’라는 전용 플랫폼을 통해 근거리 생활권 내 공동체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진다.

파리의 15분 도시와 같은 시간도시계획은 앞서 1961년 미국의 사회운동가인 제인 제이콥스가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이라는 책을 통해 보도와 공원, 생태적 환경을 갖춘 ‘사람 중심 도시’를 제안하면서 처음 등장했다. 이후 콜롬비아 보고타, 미국 포틀랜드, 호주 멜버른 등의 도시가 선도적으로 이를 적용, 걷고 싶은 도시를 지향하는 15분 도시 또는 20분 도시와 같은 N분 도시 계획이 확산됐다.

국내에서도 부산 외에 제주의 15분 도시 정책과 서울의 30분 보행일상권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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